‘부산 양정동 모녀살인’ 50대 여성, 범행 은폐 목적 방화는 ‘형 면제’

금품 훔치려 지인 모녀 같은 날 살해…방화미수 혐의는 추가 기소
1심 “이미 무기징역 확정받고 복역 중…양형에 이미 반영돼”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픽사베이

2022년 '부산 양정동 모녀살인 사건'의 범인인 50대 여성이 범행 은폐를 위한 방화 혐의와 관련한 추가 기소 건에서 형을 면제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현존건조물방화미수, 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형 면제를 선고했다.

형 면제란 피고인의 범죄는 성립하지만 이에 대한 형벌을 면제하는 판결이다. 앞서 A씨는 모녀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바 있는데, 해당 판결의 양형에 방화미수 등 혐의에 대한 부분도 반영돼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이날 재판부는 "부검 감정서와 범행 시간대에 제3자가 출입한 사정이 없는 점, '사건 무렵 타는 냄새가 났다'는 진술, 소훼된 이불에서 다량 검출된 피고인(A씨)의 DNA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불을 질러 건물을 소훼하고 사체를 훼손하려 한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미 피해자들을 살해한 범죄 행위로 확정 판결이 나와 현재 복역 중"이라면서 "당시 확정 판결의 양형 이유에서도 이 사건 범행이 상당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한편 '부산 양정동 모녀살인 사건'은 2022년 9월12일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A씨가 수면제에 취해 잠든 40대 여성 B씨와 그의 딸 C양을 살해한 뒤 방화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건이다.

같은 해 3월경 B씨 모녀와 안면을 트고 왕래하던 A씨는 극심한 생활고에 B씨가 가진 귀금속을 훔치기로 결심했다. 범행 당일 B씨의 집을 방문한 A씨는 B씨와 그의 딸 C양, 아들 D군까지 총 3명에게 수면제를 섞은 도라지청 음료를 마시도록 하고 귀금속을 훔쳤다. 다만 절도 중 B씨와 딸 C양이 깨어났고, A씨는 이들에게 각각 흉기와 둔기 등을 휘두르고 질식시켜 살해했다.

당시 A씨는 증거인멸을 목적으로 사망한 C양 위에 덮어뒀던 이불에 불을 질렀다. 다행히 불은 자연 진화돼 다른 방에서 잠든 D군은 화를 면했다. 결국 사건 현장에서 목숨을 건진 건 D군 뿐이다.

검거된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1·2·3심은 모두 A씨가 범인이 맞다고 봤다. 결국 A씨는 작년 11월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A씨는 방화 혐의 결심공판에 이르기까지 앞선 살인 혐의 관련 재판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범행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견지했다.

같은 날 A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 방화미수 범죄는 앞서 재판했던 살인 사건에서 모두 드러난 사실관계에 증거까지 확보된 상황이었음에도 당시 기소되지 않다가 (살인 혐의) 형이 확정된 뒤 검찰이 추가 기소했다"면서 "앞선 사건과 함께 재판했을 경우의 형평을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