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해리스 첫 인터뷰…'기대 이하?' 솔직한 후기
남승모 기자 2024. 8. 30. 13:51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첫 언론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 이후 빠르게 지지세를 회복했습니다. 또 비록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지르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구체적 비전이 뭔지, 바이든과 차별점은 무엇인지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없었습니다. 트럼프 측도 해리스를 겨냥해 제대로 된 언론 인터뷰 한 번 하지 않았다며 검증 필요성을 주장해 왔습니다.
판 깔아 줬는데도…'한 방' 보여주지 못한 해리스
해리스와 월즈가 첫 인터뷰 상대로 고른 건 진보적 성향으로 평가되는 CNN이었습니다. 첫 질문은 '취임 첫날 무엇을 할 것인가'였습니다. 후보자로서 유권자들에게 자신만의 비전을 각인시켜 줄 기회였지만 해리스의 첫마디는 '글쎄요(Well)'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였습니다. 해리스는 "중산층을 지원하고 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모범 답안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소위 '임펙트'있는 대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모호한 대답에 사회자는 '그래서 취임 첫날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So what would you do day one?)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사실 판을 깔아줬는데도 이런 후속 질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후보로서 준비가 덜 된 듯 보였습니다.) 해리스는 '기회 경제(opportunity economy)' 계획을 실행하겠다며 자녀 세액 공제와 주택 문제 해결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취임 첫날, 국경을 봉쇄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는 트럼프 발언과 비교하면 어떠신가요? 물론 정책의 타당성이 아닌 메시지 전달 차원에서 말입니다.)
경제 문제에서도 해리스의 답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사회자는 '당신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 트럼프 때가 식료품 값도, 주택 비용도 저렴하지 않았느냐, 이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해리스는 바이든과 자신이 코로나 19가 한창일 때 취임했다며 당시 경제는 붕괴돼 있었고 이는 트럼프의 실책 때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국을 구하기 위해 일했고 그 결과 전 세계 어느 부유한 국가보다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리스의 답은 '트럼프가 망친 경제를 우리가 되살렸다'로, '트럼프=호시절', '바이든=인플레'라는 세간의 지적에 대한 직관적 답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결코 트럼프 보다 경제 운용을 못한 게 아니다. 트럼프가 코로나19 때 망쳐 놓은 걸 복구하는 과정에서 인플레가 있긴 했지만 일자리나 경제 기초를 튼튼히 하며 무너진 경제를 재건했고 앞으로 물가 안정 등 경제 사정은 갈수록 호전될 것이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문법' 거론한 월즈…군색함
부통령 후보인 월즈는 그간 군 복무 기간 참전 경험이 없음에도 마치 전투에 참여했던 것처럼 말했다는 부분이 논란이 돼 왔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 문제에 대한 질문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사회자는 "당신은 전쟁에서 무기를 휴대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전쟁터에 배치된 적은 없습니다. 캠페인 관계자는 당신이 잘못 말했다고 했습니다. 맞나요?"라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월즈의 답은 '군 복무와 교사, 주지사로서 대중을 위해 봉사한 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였습니다. 동문서답인 셈입니다.
사회자가 "당신이 전쟁 중이라고 말한 것은, 캠페인에서 말했듯이, 잘못된 표현이었나요?"라고 재차 물은 뒤에야 월즈는 해당 논란에 대해 답했습니다. 월즈는 문제가 된 발언은 전쟁이 아니라 학교 총격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전쟁 무기 휴대 아이디어를 말한 것이 오해를 낳은 것일 뿐이란 취지로 답했습니다. 영어 선생님인 아내가 자신의 문법이 항상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정리하자면 교내 총기 폭력 사건과 관련해 무기 휴대를 말한다는 게 문맥상의 불명확함 때문에 마치 자신이 교전 지역에서 무기를 휴대하고 참전한 것처럼 오해를 낳은 거란 설명입니다. 얼마나 설득력 있는 해명일까요?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만큼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의 판단에 맡기는 게 나을 듯합니다. 다만 깔끔하게 '오해를 낳게 해 죄송하다. 의도된 발언은 아니었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아무리 진정성이 있다 해도 '사과'라는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월즈의 발언도 그런 판단에 근거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해리스 인터뷰에 대해 한 전문가는 과장을 하지 못하는 검사 출신 정치인의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가 '신중함'을 보였다면서도 '구체적인 제안은 많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대선을 취재하고 있는 취재기자로서 이번 해리스와 월즈의 인터뷰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이는 개인적 평가로 미국 등 다른 언론들의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어디까지나 1차적 시험대일 뿐입니다. 본 게임은 다음 달 10일 있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입니다. 예비고사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해도 본고사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첫 TV 토론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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