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군 심해잠수사(SSU) 탄생…“지옥훈련 중 바닷물과 같이 먹던 간식 ‘단짠단짠’ 못 잊어”

정충신 기자 2024. 8. 3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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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우 해군 대위, 1㎝만 남긴 ‘까까머리’ 훈련 눈길
여군 최초로 심해잠수사(SSU)가 된 문희우 대위가 훈련기간 중 구조잠수훈련장에서 잠수 중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생환훈련을 하는 모습. 해군 제공

"수중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수중 구조작전 전문가가 돼 국민과 전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심해잠수사(SSUㆍSea Salvage & rescue Unit)를 지원해 꿈을 이뤘습니다."

12주간의 강도높은 지옥훈련을 견뎌내고 30일 오전 경남 진해 해난구조전대 실내전투훈련장에서 심해잠수사 휘장을 수여받은 문희우(27) 해군 대위(진급예정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난구조 능력을 갖춘 대한민국 해군 해난구조전대의 일원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해군 사상 여군 심해잠수사는 문 대위가 처음이다. 기분과정 입교 전 어깨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를 약 1cm 정도 남기고 모두 잘랐다는 그는 "머리가 길면 수영을 비롯한 각종 훈련을 받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잘랐다. 머리를 자르면서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여군 최초로 심해잠수사(SSU)가 되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른 문희우 대위(가운데 회색 티셔츠)가 훈련기간 중 고무보트(CRRC) 운용훈련을 받으며 남군 해군들과 노를 힘차게 젓고 있다.해군 제공

문 대위는 "해난구조현장에서 남군·여군의 차이를 두고 임무를 수행할 수 없기에 남군·여군 모두가 동일한 체력·수영검정 기준을 적용받았고, 교육절차도 동일했다. 동일한 기준을 통과해 입교했고 훈련을 잘 이겨낼 자신 있었다. 머리도 짧게 잘라서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여군인지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별 차이보다는 동기들과 많게는 8살 차이가 날 정도로 교육생 중 나이가 가장 많아서 훈련 후 신체회복 속도가 더뎠던 것 같다"며 "체력훈련을 따라가는데 애를 먹었다. 훈련받는 내내 하루하루가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문 대위는 "장거리 바다 수영 도중 먹은 초코빵, 에너지바, 사탕이 기억난다"며 "바다에 떠서 바닷물과 달콤한 간식이 함께 입에 들어갈 때 ‘단짠단짠’의 느낌은 고급 디저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맛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쉬운 훈련이 없었지만 5주 차 인명구조 훈련이 가장 힘들었다. 대학 시절 이미 인명구조 자격을 취득했었기에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는데, 해난구조대의 인명구조 훈련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며 "물속에서 타인의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구조자 자신도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기에 교관들도 극한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진행했다. 뜀걸음, 체조, 수영, 중량물 입영을 하며 체력을 거의 소진한 상태에서 인명 구조훈련이 시작됐다.이함(移艦) 훈련을 위해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 섰을 때 생각보다 너무 높은 느낌이 들어서 긴장됐지만 막상 뛰어내리고 나서는 한계를 깬 것 같아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여군 최초로 심해잠수사(SSU)가 된 문희우 대위(진급예정자)가 ‘더 넓고 더 깊은 바다로’ 비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군 제공

문 대위는 "대학 시절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수영, 보디빌딩), 스쿠버다이빙 어드밴스 자격증, 인명구조 자격 등을 취득할 정도로 물과 친숙했다"면서 "물에서 남을 돕거나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바다에서 국가에 헌신하는 해군과 각종 해상재난사고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심해잠수사(SSU)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며 지원 동기를 말했다. 2022년 학사사관후보생 132기로 해군 소위로 임관한 그는 1함대사령부 호위함 대구함(FFG-Ⅱ) 항해사로 근무한 바 있다.

해군은 30일 열린 해난구조전대(SSU) 해난구조 기본과정 수료식에서 장교 9명, 부사관 24명, 병 31명 등 교육생 64명이 수료하고 심해잠수사가 됐다고 밝혔다.

이날 수료한 심해잠수사들은 지난 6월 10일부터 12주에 걸친 교육훈련을 받았다. 1∼6주 차에는 매일 7시간 수영, 4∼9㎞ 달리기, 해난구조 특수체조 등으로 기초 체력과 수영 능력을 길렀다. 3해리(약 5.5㎞) 맨몸 수영과 4해리(약 7.4㎞) 핀·마스크 착용 수영도 포함됐다. 7주 차부터는 매일 10㎞ 달리기와 함께 고무보트 운용훈련, 스쿠버 잠수 훈련을 이어가고 8∼11주 차에는 비상탈출, 개인 처치, 탐색 훈련과 60피트(약 18m) 잠수, 130피트(약 39m) 잠수에 나섰다.

기본과정을 수료한 심해잠수사 중 장교와 부사관은 14주간 추가 교육을 통해 표면공급잠수(SSDS) 체계를 이용해 최대 91m까지 잠수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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