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만 있으면 뭐하나, 요키치만 상수 나머지는 변수
농구는 팀스포츠다. 아무리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도 혼자서는 승리를 가져가기 쉽지않다. 더욱이 장기레이스인 프로에서의 정규시즌이라면? 이른바 멱살잡고 끌어서 챙겨가는 승리도 있겠지만 패배가 더 많을 공산이 크다. 기적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해도 상위권팀들끼리 연전을 벌이는 토너먼트는 또다른 난관이다.
결국 그러한 과정에서 멘탈이 깨져나가는 등 온갖 좋지않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좋은 파트너의 존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마이클 조던 옆 스카티 피펜, 샤킬 오닐 옆 코비 브라이언트, 스테판 커리 옆 클레이 탐슨 등 역대로 엄청난 업적을 남긴 레전드 옆에는 손발이 잘맞는 든든한 조력자들이 존재했다. 해당 레전드와 별개로 떼고봐도 위대한 플레이어로 역사에 남을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 우승팀 보스턴 셀틱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NBA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뎁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있는 모습이다. 전략 전술이 더욱 발전하고 그로인해 체력도 많이 요구되는지라 소수 정예로 사고를 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비시즌간 끊임없이 경쟁적으로 전력보강이 시도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덴버 너게츠의 팬들은 슬프다. 니콜라 요키치(29‧211cm)라는 압도적인 이 시대 최고의 선수가 있음에도 제대로된 전력보강이 이뤄지지않으며 우승 후보에서 점점 멀어지는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타팀 팬들 사이에서 조차 ‘순수 실력만큼은 고트(GOAT)급인데 저렇게 전성기를 흘려보내는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다.
최근 ESPN에서는 내부 패널들을 대상으로 다음 시즌에 대한 설문을 조사한바 있다. 그중 '현역 최고의 선수는 누구냐?'는 설문에 18명중 15명(83.3%)이 요키치를 꼽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다. 미국 현지에서 대놓고 밀어주는 앤써니 에드워즈가 한표에 그쳤을만큼 요키치의 위상은 여전하다.
2022~23시즌 파이널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했을 때만해도 덴버는 내심 리핏 이상 왕조까지 노려보는 분위기였다. 선수층은 얇지만 일당백 요키치의 존재감은 마이클 조던, 샤킬 오닐 등 역대급 괴수들을 소환하기에 모자람이 없어보였다. 리그를 온전히 지배해버린 백인선수는 래리 버드 이후 처음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거나 우승 당시만해도 덴버가 이정도로 전력이 다운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않았다. 경쟁팀들처럼 엄청난 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씩의 보강만으로도 우승 후보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듯 싶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우승에 목마른 베테랑 플레이어들이 헐값에 반지원정대 형식으로 합류해준다면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덴버는 레이커스가 아니었다. 고산지대라는 악조건에 더해 전통적인 비인기팀(?)인 덴버를 선호하는 선수들은 많지 않았고 전력강화는 남의 일이 되고만다. 사실 덴버 팬들은 ‘보강은 원하지않으니 기존 전력이라도 유지해줬으면 좋겠다’는 분위기였다. 아쉽게도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않고 있다.
브루스 브라운(28‧193cm),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31‧196cm) 등 비시즌마다 핵심선수들이 떠나갔다. 설상가상으로 얼마전에는 기대를 모았던 루키 다론 홈즈 2세(22‧205cm)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슈퍼맨(요키치)만 있으면 뭐하나. 배트맨, 아쿠아맨, 플래시, 원더우먼… 아무도 없는데’라는 푸념이 그치질않는 이유다.
다음 시즌 우승을 노리는 슈퍼스타들은 최소 원투펀치 이상을 구축한 상태다. 그리스산 짐승 아데토쿤보(30‧211cm) 옆에는 포틀랜드 에이스 출신 데미안 릴라드(34‧187cm)가, 댈러스 매버릭스의 젊은 에이스 루카 돈치치(25‧201cm) 옆에는 리그 최강 2옵션중 한명인 카이리 어빙(32‧187.2cm)이 있다.
조엘 엠비드(29‧213cm)는 한술 더 뜬다. 지난 시즌 기량발전상을 수상하는 등 리그 최고 듀얼가드로 존재감을 드러내고있는 타이리스 맥시(24‧188cm)에 더해 다음 시즌부터는 공수에서 검증된 베테랑 스윙맨 폴 조지(34‧203cm)까지 함께 한다. 전체적인 선수층도 탄탄한지라 ‘엠비드 앞에 우승으로 가는 꽃길이 펼쳐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강팀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케빈 듀란트(35‧208cm)는 피닉스 선즈에서 데빈 부커(28‧196cm), 브래들리 빌(31‧193cm)과 슈퍼팀을 결성중이다. 셋중 하나만 터져도 되는지라 각자의 부담감이 다른 팀에 비해 훨씬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전성기에 접어든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오랫동안 강팀의 면모를 이어나갈수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반면 덴버는 요키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요키치가 워낙 잘하는 이유도 있지만 경쟁팀들에 다 있는 안정적인 2옵션 부재도 영향이 크다. 우승 시즌 자말 머레이(27‧193cm)가 너무 잘해줬지만 그뿐이었다. 같은 경기에서도 전후반 경기력이 다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플레이의 기복이 심하다.
거기에 더해 워낙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지라 안정감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오고 있다. 때문에 요키치는 빅맨, 컨트롤타워의 역할에 더해 주득점원 역할까지 해야 될 때가 많다. 하는 일이 워낙 많고 거기에 벤치 자원마저도 리그 하위권이다보니 요키치가 없을 때의 경기력은 처참한 수준이다.
러셀 웨스트브룩(35‧191cm)을 데려온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동안 보여준 플레이 스타일상 덴버 시스템에 녹아들기는 쉽지않아보인다. 코칭스탭에서도 이를 모를리 없다. 하지만 특유의 북치고 장구치는 플레이로 요키치의 휴식시간만 어느 정도 보장해줘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요키치의 어깨에 올려진 짐이 무겁다.
다음 시즌 덴버의 성적은 예상하기가 쉽지않다. 전체적인 선수단의 질과 양을 감안하면 하위권으로 떨어져도 이상하지않겠지만 요키치라는 최고의 상수가 있기에 상위권에서 경쟁이 가능하다. 여기에 머레이, 웨스트브룩이 어느 정도만 힘을 보태주면 충분히 대형사고도 가능하다. 하지만 둘은 변수가 너무 많다. 이래저래 요키치는 고독하기만 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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