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확인한 ‘리딩방 사기 조직’…“중국인 총책 신원도 몰라” [뉴스in뉴스]
[앵커]
주식 투자 등으로 돈을 벌게 해준다며 투자금을 갈취하는 '리딩방 사기'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KBS는 이 사기 조직의 해외 본부 취재와 조직 내부 자료를 확보해 이러한 사기 범죄의 실체를 연속보도하고 있습니다.
리딩방 사기 조직의 해외 본부를 캄보디아 현지에서 취재한 원동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원 기자, 해외에 근거지를 둔 사기 조직 취재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번 취재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기자]
네, 이 사기 조직에 대한 취재는 올해 초 KBS에 연락을 해온 한 사기 조직 내부자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내부자는 지인에게 캄보디아 리딩방 사기 조직에서 일해보지 않겠냔 제안을 받고 일을 해왔는데요.
올해 초부터 몇 달 동안 이 조직 내부에서 활동하며 모은 자료를 KBS와 경찰에 넘겼습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추가 취재를 통해 지난 6월엔 캄보디아 현지의 사기 조직 거점까지 취재하게 됐습니다.
[앵커]
리딩방 사기 조직이 캄보디아에 있었다는 건데, 도심 한가운데 사무실이 있는 겁니까?
[기자]
220만 명이 사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한복판에 사기 조직 본부가 있는 건물이 있었습니다.
지금 영상에 나오는 건물인데요.
저곳이 캄보디아 시청에서 불과 1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거든요.
사실상 도심 한복판에서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결탁해 한국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고 있었던 겁니다.
[앵커]
이 건물 안에도 들어갔단 거죠?
출입은 어렵지 않았습니까?
[기자]
인터넷엔 일반 숙박업소로 등록이 돼 있었는데요.
출입증이 있어야만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곳이 건물 로비인데요.
취재진이 들어가려하자 사람들이 나와서 출입을 가로막습니다.
방을 보러 왔다고 하니 안내인이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라며 들여 보내줬는데, 계속 저희를 감시하며 경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로비엔 휴대전화 충전기로 보이는 기계들이 쌓여있고, 젊은 남성들은 출입증을 제시한 뒤에야 건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방과 실내 시설도 확인했는데요.
식당과 매점, 운동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외부 감시를 받지 않고 사기 행각을 벌이기엔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앵커]
실제로 들어가 보니 한국인들도 많았다고요?
[기자]
거점 건물 앞에서 오가는 사람을 관찰해봤는데 캄보디아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한국인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주말 밤에는 외출하려는 한국인들도 자주 목격됐는데, 현장 화면 함께 보시겠습니다.
["택시 불렀다면서요. (본인이 부르실래요?) 불렀다면서요. 이걸 이제 얘기합니까 (아 XX 부르잖아.)"]
[인근 카페 직원 : "(한국인 많이 와요?) 네. 오면 많이 사가요 버블티."]
[인근 편의점 직원 : "(여기 한국 사람들도 오나요?) 한국사람들이요? 그럼요. 12시나, 새벽 2시나, 3시쯤 와요."]
[앵커]
캄보디아 현지 취재, 위험하진 않았나요?
[기자]
일단 캄보디아 경찰이나 대사관 등의 협조는 구하기 힘들었던 상황입니다.
취재 사실이 알려지면 조직원 등이 숨어버릴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자 4명과 현지 코디 등이 여행객으로 가장해 방송장비가 아닌 DSLR 카메라 등을 활용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앵커]
귀국한 한국인 조직원들이 구속됐다고 하는데 경찰 수사 상황도 함께 전해주시죠.
[기자]
경찰은 현재 조직의 국내 총책 40대 A씨를 비롯한 9명의 조직원을 사기 혐의 등으로 검거했고, 전원 구속했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에 접수된 피해액만 37억 원, 피해자 수는 53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중국인 총책 일당의 신원은 파악조차 안 된 상황입니다.
신분을 숨기고 텔레그램 등으로 범행을 지시하기 때문에 한국 조직원들은 윗선 일부를 빼곤 얼굴도 모른다고 합니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의 협조가 절실하지만,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파견된 코리안데스크가 없어 공조 수사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총책이 잡히지 않으면 범행은 계속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이번에 검거된 한국인 조직원들은 모두 9명인데 이들은 지난 4월 귀국했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해당 조직의 거점을 직접 확인한 건 지난 6월입니다.
이들이 귀국하고 약 두 달이 지난 뒤였지만, 여전히 조직의 거점에서는 또 다른 한국인들이 목격됐는데요.
새로운 한국인 조직원들과 함께 범행을 계속하고 있다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조직 내부자/음성변조 : "거래소 가입 유도하고 입금 유도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총 한 4개월 정도 한 파트라고 부릅니다. 한 파트가 끝나면 다른 팀이 와서 다른 증권사를 사칭해서 다시 시작하고..."]
[앵커]
입수한 조직 내부 자료를 토대로 리딩방 사기 수법도 자세히 전해드렸잖아요. 보이스피싱과 다른 점은 뭡니까?
[기자]
보이스피싱과 가장 큰 차이는 '신뢰 형성' 단계가 있다는 겁니다.
공포심을 자극해서 돈을 뜯어내는 게 아니라 안부도 묻고, 무료 종목 진단도 해주면서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겁니다.
또 리딩방 조직은 가짜 주식 투자 앱도 만들어서 진짜 투자를 하는 것처럼 믿음을 주는데요.
이 가짜 앱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른 주식 앱과 달리 앱 안에서는 입금을 할 수 없고, 조직이 알려준 특정 계좌에만 돈을 넣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리딩방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기자]
우선 고수익 투자를 권유 받을 땐 금융소비자정보포털에 접속해 제도권 업체인지 확인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또 저희 취재진은 피해 예방을 위해서 이번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조직 내부 자료와 음성 파일로 웹 페이지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분들께서 직접 클릭을 하며 보실 수 있는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입니다.
KBS 뉴스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는데, 조직이 실제로 사용한 대본과 수법까지 자세히 담았으니, 읽어 보시고 기억해두시면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예. 원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신선미 강지은
https://news.kbs.co.kr/special/cambodia/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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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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