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누명은 벗고 싶다” 피겨 이해인…체육회 재심의도 기각돼

빙상연맹의 자격정지 3년 유지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전 국가대표 이해인이 29일 오후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재심의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 들어서며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배 선수 성추행 논란에 억울함을 호소했던 피겨 이해인(19)의 스포츠공정위원회 재심의 신청이 기각됐다. ‘자격정지 3년’이라는 징계를 풀기 위해선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대한체육회 공정체육실은 30일 이해인 쪽 법률대리인에게 ‘재심의신청 기각’이라는 결과를 보냈다. 이해인은 전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재심의에 출석해 후배 선수 성추행 논란에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인은 재심의 출석 전 취재진을 만나서는 “미성년자 성추행범으로 낙인이 찍혀버린 상황에서 피겨 선수라기보다는 그저 한 사람, 한 여성으로서 성추행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통상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재심의 결과는 당일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해인의 징계를 놓고선 하루를 넘겼다. 그만큼 위원들 간 격론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해인 쪽 법률대리인인 김가람 변호사는 전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해인 선수의 행동이 성추행인지를 놓고 위원들 간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며 재심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해인의 성추행 논란은 지난 5월 피겨 국가대표팀의 이탈리아 전지훈련 도중 발생했다. 빙상경기연맹은 이해인과 또 다른 국가대표 선수 ㄱ씨의 숙소 내 음주 사건을 자체 조사하던 중 이해인이 후배 선수 ㄴ씨를 불러 성적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한 정황을 파악했다. 이후 연맹은 곧바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이해인에게는 자격정지 3년, ㄱ씨에게는 1년 징계를 내렸다

이해인은 음주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다만 후배 선수 ㄴ씨와 연인 사이였던 점을 들며 성추행 혐의는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해인은 재심의 출석 전 “(성적 행위는) 연인 사이에 할 수 있는 장난이나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해인은 징계를 받은 뒤 여러 언론을 통해 ㄴ씨와 연인관계였음을 유추할 수 있는 개인적인 대화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해인의 ‘자격정지 3년’ 징계가 유지되면서 성추행 논란은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됐다. 앞서 이해인과 가족들은 선수 생활을 유지하겠다는 바람보다 성추행 범죄자라는 누명을 풀기 위해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