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누가 죄인입니까

오세진 기자 2024. 8. 3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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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복’ 기도한 목사 징계에 엇갈린 법원 판단… 보편인권 규범 반해도 ‘종교의 자유’가 우선?
이동환 목사(오른쪽)가 2024년 3월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법정에 간 성소수자 환대 목회,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좌담회에서 자신의 근황을 알리고 있다. 성소수자 환대 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 성경의 오랜 가르침이다.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는 그 가르침대로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소외된 이웃인 성소수자를 환대했다. 2019년 8월31일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의 일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나의 계명이다.” 약 1천 명(주최 쪽 추산)이 참석한 퀴어축제에서 이 목사가 당시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김돈회 신부(대한성공회)와 ‘함께하는 축복식’을 집례하며 읽은 요한복음 구절이다. “우리는 이 땅의 모든 성소수자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에 반대합니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을 위한 축복식에서 이 목사는 꽃잎과 성수를 참가자들에게 뿌렸다.

“성소수자 축복은 죄”라는 교회

축복은 죄가 아니다. 그런데 교단은 이 목사의 축복을 죄로 봤다. 개신교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는 이 목사가 성소수자 축복식을 진행하고, 언론 인터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금 한국 교회의 소수자 혐오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힌 일 등을 문제 삼았다. 이 목사의 직무를 정지시켰고, 마지막에 가서는 교단에서 추방했다. 이 목사는 교단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며 법원 문을 두드렸다. 성소수자 혐오를 종교 안의 일로만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감리회 목사라는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복직 투쟁을 결심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개신교 내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기를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 목사가 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크게 두 가지. 정직 2년 판결 무효확인소송과 출교 판결 무효확인소송이다. 앞서 감리회 경기연회(감리회의 권역별 지방회 중 한 곳) 재판위원회는 2020년 10월15일 이 목사에게 정직 2년을 선고했다. 그가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한 것이 감리회 법인 ‘교리와 장정’에서 금지한 ‘동성애를 찬양하거나 동조한 행위’라고 봤다. 이 목사는 이 판결에 불복했다. 하지만 감리회 소속 총회 재판위원회는 2022년 10월20일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교회 재판은 1심(연회 재판)과 2심(총회 재판)으로 진행된다. 이 목사는 2023년 2월2일 서울중앙지법(감리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관할법원)에 감리회를 상대로 한 정직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이어 이 목사가 정직 기간에 교회에 비판적인 인터뷰를 하고 성소수자 환대 목회를 지속한 일로 2023년 12월8일 그에게 출교 판결을 선고했다. 출교는 교인을 교적에서 삭제하고 교회에서 내쫓는 최고 형벌이다. 이 판결은 이 목사의 상소를 기각한 총회 재판위원회에 의해 2024년 3월4일 확정됐다. 목사직과 감리회 신도 자격을 박탈당한 이 목사는 1심에서 출교 판결을 받고 엿새 뒤인 2023년 12월14일 수원지법 안양지원(경기연회가 있는 경기 안양시 관할법원)에 경기연회를 상대로 한 출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출교 판결이 확정된 이후인 2024년 3월24일에는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의 출교 징계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기원전에 갇힌 성경 이해

개신교 내 성소수자 혐오는 왜 발생했을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구약을 강의하는 김근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창세기 19장과 사사기 19장은 지금 개신교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근거로 삼는 성서 본문 중 일부입니다. 여러 명의 남자가 몰려와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찾아온 나그네 남성과 성관계하려는 내용을 공통으로 담았는데, 이는 동성애를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성폭행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동성애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또 동성 성행위를 규탄했던 바울은 여자는 반드시 머리가 길어야 하고, 남자는 머리가 짧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기독교인 중에 누구도 머리 길이와 신앙이 연관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하나, 구약과 신약은 노예 제도를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그렇다고 성경에 근거해서 오늘날도 노예 제도를 당연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성경은 수천 년 전 고대 세계의 일반적인 통념을 전제로 쓰였어요. 구약성경 레위기는 돼지를 먹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돼지고기를 먹는 일에 문제가 없습니다.”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문자 그대로의 성경 이해가 성소수자 혐오의 출발이고, 이 혐오를 세습 교회가 부추긴다는 것이 김 교수의 말이다.

대법원이 ‘동성 동반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한 날인 2024년 7월18일, 안양지원 제11민사부는 경기연회 재판위원회가 이 목사에게 선고한 출교 판결 효력을 정지했다. 이 결정으로 이 목사는 교인 자격을 되찾았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8월21일, 정직 2년 무효확인소송 1심 판결이 선고됐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서울중앙지법 제46민사부는 이 목사의 소를 부적법한 것으로 보고 소송을 종료(각하)했다. 한쪽 법원은 징계가 부당하다고 봤는데, 다른 쪽 법원은 징계가 타당한지 그 여부조차 살피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교회 안에서의 처분이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라야 법원이 그것을 무효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2003다63104). 이 목사는 감리회 쪽의 처벌이 그의 신앙·양심·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이런 부당한 징계로 인해 사회의 성소수자 차별·혐오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사법심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기연회와 감리회는 “권징재판은 종교단체 내부 문제”라며 이 목사에게 선고한 정직과 출교는 “이 목사에 대한 권징재판에 해당하고,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 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도 아니므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권징이란 교회의 윤리와 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한다는 기독교의 용어다. 즉, 신도 자격을 둘러싼 교회 내 분쟁일 뿐이라는 취지다. 여기에서 두 재판부의 시각이 나뉘었다.

이동환 목사(왼쪽 셋째)가 2024년 8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각하 판결에 대해 입장 발표 후 펼침막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혐오를 교리로 용인한 중앙지법

먼저 출교 판결 효력을 정지한 안양지원 재판부는 법원의 판단이 종교 교리 해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법원이 징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그저 종교단체 내부의 신도 자격을 둘러싼 분쟁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안 심리조차 거부하는 것이 반드시 타당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또 종교단체 내에서의 신도 자격이 그 종교단체의 정체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신도 자격에 영향을 미치는 처분 자체가 언제나 신앙이나 교리와 직접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재판부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과사실(경기연회가 이 목사에게 죄가 있다고 본 사유)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이 목사에게 출교 처분까지 한 것이 비례 원칙이나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출교 처분은 과하고 부당하다는 얘기다.

나아가 안양지원 재판부는 감리회가 교리와 장정에서 ‘동성애 찬성·동조’를 마약법 위반, 도박과 같이 범과(범법 행위)로 규정한 일은 현대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동성애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됐다.”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는 헌법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 목사의 소를 각하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이 문제를 다르게 봤다.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는 교리와 장정 내용상 ‘교리에 반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며 “기존 전통적인 개신교 사회에서는 창세기, 레위기 등 성경의 특정 구절을 동성애를 금하는 의미로 해석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리회와 같은 개신교 사회가 성소수자들의 수면 위 진출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집단 중 하나라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며 “이러한 감리회 교인들의 집단적 의사를 무시하고 (정직 처분의 근거가 된) 처벌규정을 무효라고 판단하는 것은 교단의 존립 목적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정교분리 원칙을 선언한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재판부는 밝혔다.

하지만 이 판결은 개신교 내 성소수자 혐오를 권리로 왜곡하고 폭력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혜령 이화여대 교수(호크마교양대학)는 “다수가 공유하는 증오 감정 표현은 한낱 개인들의 감정으로 발화되어 공중에 흩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증오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강력한 차별 행위”라며 “정치적 자유주의 법체계 핵심에 자유권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타인의 인간다움을 침해하는 자유권을 무제한 보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감리회, 목사 6명 추가 고발

감리회의 검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감리회 총회 동성애대책위원회는 2024년 6월1일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이 목사와 함께 축복식을 집례한 목사 6명을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로 각 연회에 고발하고, 이 목사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성명서에 서명한 목회자 137명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 목사의 법적 투쟁이 이 목사 개인만의 일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리회가 이 목사에게 한 징계가 다른 목회자들을 옥죄는 것이다.

그래서 이 목사는 재판을 포기할 수 없다. “제가 사랑하는 교회가 이렇게 망가져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걸 그저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교회가 바뀌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 이 목사. 그는 오늘도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교회’를 꿈꾼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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