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한발 물러났지만… 지금 주가로는 에너빌 주주 손해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비상장 자회사로 만드는 안을 포기하기로 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기는 것은 그대로 추진한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과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나눠 받게 된다.
관건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발라내는 과정에서 만드는 신설회사 가치를 다시 따질지다. 지금 상태로는 금융감독원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관련 종목별 유불리를 30일 다시 따져봤다.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안은 크게 2단계였다. 먼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46.11%)을 보유한 신설회사를 나눠,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는 단계다. 이어 두산밥캣 주식을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바꿔 두산밥캣을 100% 비상장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이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지하기로 의결하면서 2단계 계획은 무산됐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 밑으로 보내는 사업구조 개편은 이어간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회사가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구조다. 이를 토대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차입금 부담을 줄이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사업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게 두산그룹의 설명이다.
문제는 기존 합병비율과 현재 주가를 고려할 때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 손해라는 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100주 보유한 주주는 사업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7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3주를 갖게 된다. 이날 오전 11시 주가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100주는 181만8000원인데, 두산에너빌리비티 주식 7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3주는 157만3200원어치다. 13.5%나 손해다.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안에 퇴짜를 놓고 있는 금감원도 합병 비율이 타당한지 따져 관련 증권신고서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회사가 두산로보틱스와 곧바로 합병해 사라지더라도, 미래 수익가치는 따져봐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쉽게 말해 두산밥캣이 지급할 수 있는 배당 수익 등을 반영하라는 것으로 주식 교환 비율을 다시 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선 교환 비율이 유리해질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 주주는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만들지는 못 하게 됐지만,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품는다는 큰 방향에선 차이가 없다. 두산밥캣 주주로서도 모기업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바뀔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포괄적 주식 교환 해지 소식은 두산밥캣 주가에 단기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 기존안 대로면 두산밥캣 주식 100주가 두산로보틱스 주식 63주로 바뀐다. 전날 종가 기준 두산밥캣 주주는 3.8%가량 수익을 낼 수 있었는데, 계약 해지로 그 기회가 사라졌다. 또 지난달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뒤로 개인이 1070억원 넘게 두산밥캣 주식을 사들였는데, 이들은 두산밥캣 상장폐지를 전제로 투자에 나섰던 만큼 전략 수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의 주주는 관심사가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 지분율이었다. 사업구조 개편안이 일부 달라지더라도 기존보다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은 커질 전망이다. 현재 두산이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0.39%를 보유하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가 다시 두산밥캣 지분 46.11%를 가지고 있다. 간접 지분율은 14.1%(30.39% X 46.11%)다.
사업구조 개편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두산이 합병 두산로보틱스 지분 59%를 보유하고, 두산로보틱스가 다시 두산밥캣 지분 46.11%를 갖게 된다.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 지분율은 27.2%로 기존보다 13.1%포인트 오른다. 물론 두산에너빌리티 신설회사와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이 조정되면 이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간접 지분율이 늘어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금감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증권신고서를 고쳐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금감원이 살펴보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다음 달 25일로 예정됐던 임시 주주총회 일정은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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