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가는 푸틴, “체포해? 말아?”···ICC 회원국 딜레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3일(현지시간) 몽골을 방문한다고 크렘린궁이 29일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은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의 초청으로 (9월) 3일 몽골을 공식 방문해 소련군과 몽골군이 할힌골 강에서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상대로 거둔 공동 승리 8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두 대통령은 양국 관계 발전 전망과 국제·지역 문제를 논의하고 여러 문서에 서명할 계획이다.
문제는 몽골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이란 점이다. ICC는 지난해 3월 푸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ICC 회원국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체포 영장 발부 이후 푸틴 대통령이 ICC 회원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푸틴 대통령은 중국, 북한 등 ICC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만 방문해 왔다. 그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도 화상으로만 참석했다.
현실적으로 푸틴 대통령이 몽골에서 체포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AP통신은 “법원에 강제 집행 권한이 없다”며 2015년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당시 대통령이 ICC 회원국인 남아공을 방문했을 때 체포되지 않은 사례를 들었다. 알바시르 전 대통령은 2003년 시작돼 30만명 희생으로 이어진 다르푸르 대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2007년 ICC에 기소된 인물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끼리 팔이 안으로 굽었다는 등 국제적 비난이 일자 남아공은 오히려 ICC 탈퇴를 추진했다.
국가 간 친소 및 이해관계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남미의 ICC 회원국 멕시코도 오는 10월1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취임식에 푸틴 대통령을 초대하면서 유사한 딜레마에 직면한 바 있다. 최근 ICC에 가입한 우크라이나 정부가 “만약 푸틴이 입국하면 즉각 체포하라”고 멕시코 측에 요구하면서다.
하지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멕시코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강력한 제재 움직임 속에서도 러시아와 교류를 이어온 나라다.
ICC는 지난해 3월17일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어린이들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키는 등 전쟁범죄 혐의를 들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ICC가 국가원수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례는 알바시르 전 대통령,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푸틴 대통령 등이다. 크렘린은 ICC 영장을 “터무니없는 것”이라 부르며 ‘무효’라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한 상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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