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개짐’과 ‘개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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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월요일이면 SNS로 순우리말을 보낸다.
아침이면 지인들(특히 문인이나 제자, 동료)에게 한국어문법이나 한자어, 순우리말 중에서 틀리기 쉬운 것들을 골라서 보내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시간표까지 정해서 하게 되었다.
월요일에는 잊혀 가는 순우리말, 화요일부터 목요일은 문법과 헷갈리는 우리말, 금요일에는 칼럼이나 맞춤법, 토요일에는 사자성어 등으로 지루하지 않도록 나름대로 시간표를 짜서 그대로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월요일 아침에 순우리말을 보냈더니 처음 보는 단어라는 답글이 제법 많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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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순우리말을 보냈더니 처음 보는 단어라는 답글이 제법 많이 왔다. 한자어에 밀린 순우리말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래서 우리말은 한자어교육과 순우리말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문인들은 순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야 하는 의무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월요일에 보낸 글의 일부를 보자.
개짐 : 여성이 월경할 때, 샅에 차는 물건. 주로 헝겊 따위로 만듭니다. 요즘 말로는 생리대. 개짐이 더 정겹지 않나요?
'개'는 변변찮은 물건에 붙입니다. 개나리, 개살구, 개꽃 등에 나오는 접두사지요. '짐 '은 '물건'을 말합니다. 즉 '생리혈이 묻은 변변찮은 물건'이라는 말이지요.
요즘 아이들은 '개 좋아', '개 멋있어' 등과 같이 '아주, 매우'라는 의미로 씁니다.
개차반 : 형세와 마음보가 몹시 더러운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
원래의 의미는 '개가 먹는 차반(맛있게 잘 차린 음식)', 즉 '똥'이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보냈더니 ‘개짐’이라는 말을 처음 본다는 독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어렴풋이 여기저기서 듣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도 말하기를 꺼리는 경향으로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기억 속에서 멀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영어로는 ‘1. a sanitary napkin(pad, towel) 2. a menstrual cloth’이라고 한다. 영어에서는 아마도 ‘위생적’이라는 말에 더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닌가 한다. 이것을 현대 우리말에서는 ‘생리대(生理帶)’라고 한다. 사전적 의미는 ‘개짐’과 거의 비슷하여 ‘여자가 월경을 할 때 몸 밖에 나온 피를 흡수하도록 샅에 대는 물건’이라고 되어 있다. ‘샅’은 ‘두 다리가 갈라지 사이의 허벅지’를 이르는 순우리말이다. 씨름할 때 쓰는 ‘샅바’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위의 단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라는 접두사는 ‘변변찮은 물건 앞에 붙는 단어’다. 과거 일제 강점기하에서 일본 순사들이 뒤에서 왔다갔다 하니 어느 문인이 ‘개나리’ 꽃이 활짝 피었다고 풍자한 일화는 유명하다. ‘개 같은 나리’라는 의미를 우리의 꽃 ‘개나리’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개차반’이라는 단어를 보면, 원래 ‘차반’이란 ‘잘 차린 음식’을 이르는 말인데, 앞에 ‘개’라는 접두사가 들어가서 ‘똥’이라는 의미로 바뀌게 되었다. 요즘은 개들이 인간보다 더 대접을 잘 받고 살지만 60,70년 때까지만 해도 개들은 주로 똥을 먹었다. 예문으로는
그 사람은 술만 먹으면 개차반이지.
그는 성질이 개차반이어서 모두 가까이하기를 꺼린다.
와 같다.
갈수록 우리말이 국적이 없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유행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언어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의 ‘개’와 현대의 ‘개’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이제는 서열이 개보다 밑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사 갈 때 개만 꼭 안고 있으면 버리지는 않는 시대가 되었다. 오호, 통재라!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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