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서울로 이동하는 이유는?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2024. 8. 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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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청년인구의 수도권 쏠림, 해결책은?

정부가 인구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만큼 저출생 문제해결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아졌다. 작년 말,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보고서는 심각한 저출생 문제의 요인으로 청년의 수도권 쏠림과 그에 따른 경쟁심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두 번째 국정 브리핑에서 청년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부담률을 하향 적용하는 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청년의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적 환경에 대한 제도적 집중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청년의 수도권 집중은 정말로 문제가 되는 건지, 비수도권 청년의 삶은 어떠한지 좀 더 살펴봐야 문제 진단과 해결 방안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지 확인할 수 있겠다.

서울로, 수도권으로, 광역시로

우리나라 19~34세 청년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거주하는 청년 인구를 합하면 무려 75%정도를 차지한다. 청년의 수도권 쏠림, 대도시 집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저마다 지역소멸, 저출생 심화 문제 등 인구문제의 핵심적인 요소로 청년인구의 유출을 꼽고 있다. 실제 경남지역에서 만났던 한 기업의 관계자는 지역에서 청년을 채용하고 싶어도 청년들이 없어서 채용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청년들의 수도권 행렬은 2015년 이후부터 심화되다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주춤했으나 다시 심화되고 있다.

민보경(2022)에 따르면, 비수도권 태생의 청년 4명 중 1명이 수도권으로 이주해서 살고 있다. 수도권 태생의 청년 대부분은 비수도권으로 진학을 하더라도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와서 산다. 청년들의 수도권 전입 사유는 연령 구간별로 다르게 나타났는데, 20대 초기에는 직장 또는 학업 이유로, 20대 중반은 직장 또는 주거지 이슈로, 30대 초중반은 주택 또는 자녀 양육환경 이슈로 수도권으로 전입해 왔다.

어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할까? 다수의 연구자들은 20대 여성 청년의 수도권 이동 추세에 집중한다. 전국 청년 인구의 성비는 여성을 100으로 봤을 때, 110으로 남성이 더 많다. 그런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청년 성별 인구 구성을 살펴보면,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남초 현상이 더욱 심하다. 여성 청년 인구의 비율이 남성 청년보다 높은 곳은 서울시 단 한 곳 뿐이고,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지역이 103, 세종시 101로 타 지역보다 성비가 균형적이다. 중공업 기반 산업도시인 울산 130, 인구소멸지역이 다수 포함된 경북 131로 성별 인구 격차가 가장 크다. 여성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 특히 서울로 이동하는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

원인은 단연 일자리다. 아직 비수도권 지역은 성별 임금격차가 크고, 산업군과 직종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 청년이 일하고 싶은 곳이 부족하다. 미디어나 디자인, 빅데이터, IT 분야 일자리는 서울이 아니고서는 찾기 어렵다. 또 다른 원인으로 지방의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를 꼽는다. 지방은 산업도 다양하지 않고, 일자리도 적다보니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또 공동체가 강한 지역일수록 청년에게는 지나친 간섭과 갑갑한 환경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수도권에 집중되어서, 그렇지 않아서 모두가 힘들다

수도권에 사는 청년의 삶은 어떨까?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수도권 청년의 삶'에 따르면, 수도권에 사는 청년은 비수도권의 청년보다 1인 가구 유형이 많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비율 또한 높았다. 청년의 수도권으로 이동은 계속되어 2022년 기준 수도권 일반가구 중 청년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5.5%로 높았고, 특히 서울은 29.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 1인 가구 또한 계속 증가해 2022년에는 전체 수도권 청년가구 중 55.2%를 차지했고 서울은 64.5%로 월등히 높았다. 수도권의 청년 경제활동비율은 2022년 기준 66.4%로 비수도권보다 7.4%p 높았고, 일자리가 있는 청년의 비율도 비수도권보다 6.5%p 높았다.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은 더 많은 일자리와 교육의 기회를 갖게 되었지만, 그만큼 더 강한 경쟁 압박 그리고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과 남은 청년의 삶의 질 비교에 따르면, 떠난 청년의 최종학력이 남은청년보다 훨씬 높고, 소득과 자산 또한 높았다. 생활인프라, 대중교통 접근성, 취업환경에 대한 만족도 또한 떠난 청년이 높았다. 그러나 통근 시간, 이웃과의 관계, 자가 주택 보유 비율, 혼인과 자녀 출산비율 등은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이 높았다. 실제 수도권(일부 광역시 포함)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대거 발생하고, 고립과 은둔 청년의 비율이 높아지는 사회문제는 청년인구의 수도권 과밀과 과다경쟁과 맞닿아 있다.

비수도권 지역 청년의 삶은 어떤가? 남은 청년들은 떠난 청년들에 비해 취업 기회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제조업이나 농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지역에서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직종의 일자리 기회가 거의 없다. 취업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는 비율이 높다. 교육환경 또한 열악해지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급감으로 지역 유수의 대학 조차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가 지역중심 혁신대학과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아직은 그 성과를 기다려야 한다. 남은 청년들은 사회적 자본의 부족을 호소한다. 떠난 청년에 비해 지역에는 네트워크 형성의 기회가 제한적이고, 사회적 지지체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지역 내 청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여전히 부족하다. 남은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에 비해서는 통근시간도 짧고, 주관적 건강 인식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노출, 장기적으로 자산 보유 수준의 격차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자녀출산 의향이 더 높지만, 의료 및 보육/교육 인프라와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청년인구의 수도권 쏠림은 떠난 청년과 남은 청년의 삶 모두를 힘들게 한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과밀, 과다경쟁, 물가 상승 등의 어려움을, 인구가 빠지고 있는 비수도권에서는 적정 인구 규모 미달로 필수 생활 인프라의 부재와 성장 기회의 부족 등의 어려움을 만들고 있다. 한편, 지역에 남든 떠나든, 가족의 사회적 자본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거나 그렇지 못한 청년 내부의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거기에 비수도권 지역의 열악함이 더해지는 것이다.

지역청년을 위한 정책, 거시적 관점 필요해

지방 청년을 위한 정책은 크게 종합지원정책과 인구정책으로 나뉜다. 종합지원정책은 5년마다 수립하는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토대로 주로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와 문화, 참여 등의 분야별 정책으로 구성한다. 14개 비수도권 광역시도 및 기초 지자체의 87%가 종합적인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일자리와 복지분야의 정책의 수가 가장 많고, 주거분야의 예산이 가장 많다. 최근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청년 인구 감소에 따라 청년 연령을 45세까지 또는 49세까지로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광역도 기초 지자체의 63.8%가 청년 연령규정을 45세 또는 49세로 높였는데, 특히 전남, 전북, 경북, 경남 등 인구 감소지역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정책을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독립 가구를 꾸리는 '이행기'라는 특성을 두고 보면 청년의 연령을 40대까지 포괄하는 것은 무리해보인다.

인구유입정책으로는 지자체마다 '○○살이' 프로그램, 생활인구정책, 공공맞선주선이나 예식지원, 임신출산 축하 및 지원정책, 공공보육서비스 지원과 관련 수당 정책 등이 시행 중이다. 최근 전라남도에서는 월 1만원 청년주택 공급이라는 파격제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청년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정책도 활발하게 도입 중이다. 정부가 발표한 인구비상대책회의 결과 또한 주로 육아휴직 제도 개선, 아이돌봄서비스 확대, 출산가구 주거지원 등 저출생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비수도권 지역은 이미 청년 인구의 성비의 차이가 많이 나고 있다. 또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 일자리와 지역문화라는 문제는 남는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시야를 확대해 보면, 조금 다른 답이 보인다. 작년에 발표한 지방시대 기본계획은 광역 지자체 단위의 발전계획과 초광역 거점도시 계획 등이 담겨있다. 특히, 기업의 지방이전과 새로운 산업 특구 조성, 정부와 지자체-교육청-대학-지역산업이 협력하는 교육발전 특구 지정 등 청년도 정주할 수 있는 지역의 여건을 조성하는 다양한 계획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기본계획을 발표한 같은 주에, 수도권 내 특화 산단을 추가 구성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지역균형발전이 계획대로 이루어질지 의구심이 남는다.

청년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살지만, 나머지 절반 가량은 또 지방에 흩어져 살고 있다. 지역에 살아 남은 청년들의 안정적인 삶의 기반 형성은 청년 개인의 지방살이 지속성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지역의 활력 그리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되어 있는 주제다. 지역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다차원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청년의 안정적인 정주여건 마련, 청년인구 유입으로 지역의 보수적인 문화와 분위기를 상쇄할 수 있는 기회, 소득과 자산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지역 먹거리 등 보다 거시적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한 때다.

▲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기획보도] 2024 수도권 청년의 삶'. ⓒ통계청
▲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기획보도] 2024 수도권 청년의 삶'. ⓒ통계청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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