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이 쏘아올린 극장 티켓값 인하 공방의 건설적 해답은?
아이즈 ize 김형석(영화평론가)
8월 17일 '손석희의 질문들'(MBC)에 배우 최민식이 출연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고, 방청객 참여 차례가 되었다. "영화 산업에서 플랫폼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최민식은 영화에서 OTT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매체 환경을 인정하며 관람료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지금 극장 가격도 많이 올랐잖아요. 좀 내리세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갑자기 그렇게 확 올리시면 나라도 안 가요." 그러면서 영화 한 편 보는 데 15,000원인데 그 돈이면 OTT로 집에서 여러 편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전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산업 관련 뉴스의 댓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중적 견해이며, 최민식 배우가 새로운 주장을 했다기보다는 그들과 같은 의견을 공유한다는 쪽에 가깝다.
이후 몇몇 매체에서 '소신 발언'이라는 표현과 함께 최민식의 발언을 보도했는데, 이에 카이스트의 이병태 교수가 8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 "영화관 사업이 민간 기업으로 권력 집단도 아닌데 가격 인하하라는 이야기가 무슨 '소신' 발언인가?"라고 말하는 이 교수의 견해를 요약하자면, 자본주의 기업 논리를 무시하고 관람료를 내리라고 하는 건 무지한 소리라는 것이다(단 '소신 발언'은 매체가 붙인 것이고, 최민식 자신의 표현은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최민식 배우와 이병태 교수의 견해가 충돌한다고 보진 않는다. '자본주의'라는 지붕 아래서, 최민식은 소비자의 입장을, 이병태 교수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했을 뿐이다. 둘 다 '효율성'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다. 소비자는 가성비를 따지고, 기업은 경영을 위해 필요한 가격을 책정한다. 사실 논쟁이라고 보기도 힘든데, 언론의 부추김에 의해 뭔가 과열된 느낌이다.
흥미로운 건 그 효과다. 8월 22일 CGV가 매달 마지막 수요일 오후에 있는 '문화가 있는 날'(컬처 데이)을 '컬처 위크'로 확대해 26일부터 나흘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실 팬데믹 이후 극장 산업이 폐허가 되면서, 관람료를 내려서라도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었고 작년 초엔 최동훈 감독도 극장 관람료는 내려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CGV의 결정은 극장 산업이 외부의 요구에 응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도한 첫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논의는 확산되었다. 8월27일엔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영화계 13개 단체가 모인 '영화산업 위기 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 영화산업과 생태계를 위해 영화 티켓 값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내준 최민식 배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힌 영화인연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극장 3사가 "티켓값 인하, 불공정 정산 문제, 점점 심해지는 스크린독과점 해결을 위한 전향적 논의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열흘 동안 이어진 일련의 상황은 다행히 건설적인 논의로 마무리되었다. 이것은 최민식이라는 스피커의 영향력 덕분이다. 사실 티켓 값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는 팬데믹 종식 이후에 꾸준히 나왔지만 이번처럼 이슈화되진 못했다. 그 시간 동안 한국의 극장 산업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몇 편의 흥행작에 운명을 걸고 유지되었고, 몇몇 극장들은 도태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OTT로 달려갔다.
극장 관람료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업계 일각에선 영화 제작비나 영화관 유지비 상승을 감안해 오히려 더 올려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다행히 성과라면, 이번 일을 계기로 '극장 티켓 값'이라는 화두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극장 3사는 일방적으로 티켓 값을 올렸고, 관객들은 OTT나 각종 할인 등을 통해 더 싸게 영화를 볼 방법을 추구했다. 그러면서 극장 좌석은 점점 휑해졌고, 극장과 관객 사이의 접점을 점점 희미해졌다.
더욱 안타까운 건 루틴의 파괴였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주말에 극장 가는 게 자연스러웠던, 1인당 영화관람 횟수가 세계 1위를 오르내리는 나라였다. 지금은 그것이 사라졌다. 영화산업이 살아나려면, 어떻게든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와야 한다. 그러려면 '볼만한 영화'가 끊임없이 개봉되어야겠지만, 관람료도 중요한 부분이다. 사실 영화관 수익의 대부분은 팝콘 판매에서 온다고 하지만, '티켓 값'은 관객이 극장에 가려 할 때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숫자다.
올해 상반기 영화산업 결산을 보면, 한국영화 관객 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7퍼센트 상승했고(물론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큰 역할을 했지만), 팬데믹 이전 시기의 78퍼센트까지 올라왔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반토막 이상으로 타격을 입었던 걸 감안하면, 회복세인 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티켓 값' 문제는, 영화산업이 팬데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정상화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바람이 있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암묵적일지라도 그 '적정선'에 대해 극장과 관객과 영화인이 합의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극장이 꼭 북적댈 필요는 없지만, 지금처럼 한산해선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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