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잡는다!”…이웃 피해 막은 시민들
[KBS 전주] [앵커]
전화금융사기는 '알고도 당한다'고도 하죠.
그런데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을 텐데요.
은행원부터 택배 기사까지 주변의 시민들이 사기를 막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안승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을 농협에 들어서는 한 할머니.
다급하게 손짓하며 통장에 있던 2천만 원을 내어 달라고 합니다.
병원에 가려 돈이 급히 필요하다는 말을 수상히 여긴 직원들이 하나 둘 곁에 모이고, 경찰까지 출동해 할머니를 달래고 설득합니다.
직원 예상대로, 할머니를 꾀어낸 건 전화금융사기 조직이었습니다.
[이혜원/정읍농협 덕천지점 : "경찰관 불러 대동해서 안전하게 댁으로 모셔다 드린다 했더니 주저주저하시더라고요. 혹시나 하는 의심이 더 깊어진 거죠. 나름대로 직업적인 보람이랄까…."]
할머니와 협력해 집 앞으로 수거책을 유도한 경찰.
우체통에 놓인 돈 봉투를 가지러 온 건 낯선 20대 남성이었습니다.
잠복 끝에 경찰에 붙잡혔고, 알고 보니 서울에서 같은 범행을 한 뒤 조직의 지시로 시골 마을까지 온 거였습니다.
할머니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전화기에 '사기 조심'이라고 써 붙였습니다.
[할머니/음성변조 : "아무와도 이야기 말고 택시 불러 농협가서 돈을 빼란 거예요. 다 알아 TV 봐서 다 알아. 다 아는 것을 넘어가 버렸어. 농협 직원들, 경찰 아저씨들 참 고맙습니다."]
지난달 전주 한 은행에선 검찰 사칭 전화에 속아 2천만 원을 찾으려던 70대 여성이 직원 도움을 받아 피해를 면했고, 투자 수익을 위한 보증금 명목으로 3천만 원 넘는 돈을 대출받아 사기 조직에 보내려던 70대 남성도 창구 직원 대처 덕에 화를 피했습니다.
[NH농협은행 삼천동지점 직원 : "투자하란 문자 받고 보내시는 거냐 물어봤더니 그건 맞는데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주식 리딩방 사기 말씀드렸더니 믿지 않으셔서 경찰 부르고 송금 막고…."]
딸을 납치했다는 말을 듣고 안절부절 통화하며 다급히 걷는 한 여성.
이를 알아챈 시민들은 여성 대신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을 통해 딸과 통화한 뒤에야 사기 전화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석희/서울 양천경찰서 목1지구대 : "순찰차를 불러 세워서 저 앞쪽에 어머니가 전화금융사기를 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말을 안 들으니까…."]
김제에선 노부부가 돈 봉투를 건네는 장면을 본 택배 기사가 수거책을 쫓아가 붙잡는 기지를 발휘했고, 경기도 양평에선 피해자와 동행한 지인이 수거책의 돈 가방을 낚아채 경찰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김해진/전주완산경찰서 범죄예방계장 : "창구에서 5백만 원 이상 찾을 때 불안한 모습 보일 때 은행에서 저희에게 적극 신고하게 돼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공공기관에선 돈을 요구하거나 입금하란 사례는 없으니…."]
주변 시민들의 발빠른 기지와 오롯한 대처가, 전화금융사기범들이 설 자리를 갈수록 좁히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정성수
안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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