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강한 1번 타자’ 로하스, 맞춤형 출루·필요할 땐 장타·슈퍼캐치 호수비까지[스경X인터뷰]
주자가 없을 땐 출루하고 주자가 쌓이면 장타를 치며 수비할 땐 몸을 날려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다. KT 맬 로하스 주니어(34)는 거포를 넘어 공수 양면에서 만능 캐릭터가 돼가고 있다.
로하스는 지난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승부처마다 큰 활약을 선보였다. 1회초 첫 타자로 타석에 선 로하스는 내야 안타로 출루하며 안정적으로 KT의 공격 흐름을 만들었다. 오윤석과 문상철의 안타가 더해져 로하스가 홈으로 들어오며 KT는 가볍게 선취점을 가져왔다.
역전패의 위기에서 KT를 구해낸 주역도 로하스였다. 3·4회 대거 실점해 3-5까지 뒤처진 상황에서 8회 오재일이 1점 홈런을 치며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강백호와 김민혁의 볼넷, 심우준의 안타가 이어지며 베이스가 꽉 찬 상황에서 로하스는 시원한 2루타를 치며 재역전의 축포를 터트렸다. 순식간에 1·2·3루 주자가 모두 홈인하며 승부가 뒤집혔다.
로하스는 경기 후 “지난주부터 경기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생산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라며 “주자가 있을 땐 더 집중하고 어떻게든 타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딱 그런 상황이 왔다”라고 결승타 상황을 회상했다.
로하스는 전날 수비면에서도 대활약했다. 9회 대타로 투입된 LG 김범석이 박영현의 높은 존 직구를 강하게 타격했다. 공이 좌익수 뒤쪽 담장을 향해 사선으로 떨어지며 장타가 되려는 찰나 로하스는 담장 쪽으로 몸을 날려 공을 잡아냈다. 또다시 점수를 따라 잡힐 위기였던 KT는 로하스의 호수비 덕에 8-7로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지켜냈다.
로하스는 “김범석 선수의 타구는 쉬운 타구는 아니었지만 공이 바람을 타고 조금씩 더 멀리 가는 걸 보면서 타이밍을 맞춰 점프하면 잡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점프할 때에도 완전한 확신은 없었는데 잡고 착지해서 글러브 안을 보니까 공이 있어서 ‘잡았다’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KT의 베테랑 외인 로하스는 이번 시즌 리드오프로서 활약하며 공격 스펙트럼을 더 넓히고 있다. 로하스는 2020시즌 47개의 홈런을 치며 홈런왕을 차지한 거포다. 이전까지는 주로 중심타선에 배치됐으나 KBO리그에 복귀한 이번 시즌 5월부터는 1번 타자에 고정됐다. 홈런을 쳐서 바로 타점을 내기보다는 출루를 통해 베이스를 채워야 하는 역할이다.
로하스는 보직에 맞춰 자신의 경기력을 조절하고 있다. 그는 2020시즌 장타율 0.680, 출루율 0.417을 기록했다. 그러나 리드오프로 활약하는 이번 시즌에는 장타율이 0.570으로 낮아진 대신 출루율이 0.419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볼넷 개수도 73개로 KBO리그에서 활약한 5시즌 기록 중 가장 많다.
로하스는 “2020년에 비해 홈런 개수가 줄었는데 지금은 홈런을 치는 것보다 출루하는 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라며 “공을 많이 보려고 한다. 처음 보는 투수가 나와도 첫 타석에서 본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타석에서 대응할 수 있으니 수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팀에서 맡겨주시는 역할에 맞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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