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도 피해자도 10대 “악몽이 따로 없네”.. ‘딥페이크’ 성범죄, 디지털 무법지대 파고들었다

제주방송 김지훈 2024. 8. 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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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피해자 60%가 미성년자 “위험신호 놓쳐”
10명 중 6명 ‘10대’ 피해자.. 가해자 70% ‘10대’
발생건 대비, 실적↓.. 강력 처벌, 법안 마련 시급


최근 3년간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10명 중 6명 정도가 미성년자로 확인됐습니다. 텔레그램 사태를 계기로 딥페이크 피해가 공론화되기 이전부터 사실상 청소년들이 범죄 위험성에 노출되는 실정이라, 우선적으로 사회 전반적인 위험신호 인지와 선제 대응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경찰에 신고된 허위영상물(딥페이크 범죄를 통해 편집된 합성음란물) 사건 피해자 527명 가운데 59.8%(315명)이 10대로 나타났습니다. 20대(32.1%), 30대(5.3%), 40대(1.1%) 등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입니다.

전체 피해자에서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4.6%에서 2022년 52.9%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다시 62.0%로 올랐고 허위영상물 피해 미성년자는 2021년 53명에서 2022년 81명, 2023년 181명으로 2년 만에 3.4배로 크게 늘었습니다.   

더구나 기술 발전으로 인해 딥페이크 제작이 쉬워지면서 가해자 가운데 10대부터 젊은 층까지 급속히 확산 중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순 유포가 아닌 허위 영상물 제작까지 10대가 가담한 사례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파악됐습니다. 허위영상물 범죄 혐의로 입건된 전체 피의자 중 10대 비중은 2021년 65.4%였던게 2022년 61.2%로 주춤한가 싶던 게 2023년 75.8%로 늘었고 올해 1~7월 73.6%로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허위 영상물을 만들어 배포해 입건된 10대는 2021년 51명, 2022년 52명, 지난해 91명, 올해 1~7월 131명으로 4년 새 2.5배 늘었을 정도로, 최근 4년간 입건된 피의자들 중 절반이 넘는 325명(70.5%)이 10대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딥페이크 성범죄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사이에도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은 실정으로, 교육 등을 통한 선(先)예방보다는 수사기관을 통한 후(後)처벌에만 의존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특히 사이버 공간의 음지화와 폐쇄성 탓에 수사마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꼽혔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허위영상물 범죄 검거율(발생건수 대비 검거건수)은 2021년 47.4%, 2022년 46.9%, 2023년 51.7%로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올해 1~7월 기준으로도 49.5%에 불과했습니다.

관련해 경찰은 텔레그램 같은 해외 서버 기반의 SNS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수사가 더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범죄 발생 때 수사관들이 일일이 대화방을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대화방이 폭파되는 등 증거가 사라지면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지기도 한 때문입니다.

또 ‘떴다방’식 대화방은 이런 수사 기법도 통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잠입해 단서를 모으는 사이 대화방이 ‘폭파’되면 수사를 계속 이어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탓입니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경찰이 사건 접수 단계에서부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상황마저 잇따라 한층 수사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양부남 의원은 “딥페이크의 피해자 중 대부분이 10대인 것을 감안하면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라며 “특히 딥페이크 발생 건수에 비해 검거 실적이 저조한 만큼 강도 높은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뒷받침할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수사력 강화를 위한 자체 대응책으로 딥페이크 탐지 소프트웨어 고도화와 위장수사 활성화를 추진 중입니다.

지난 3월 개발한 딥페이크 탐지 소프트웨어는 10분 이내 딥페이크로 의심되는 영상물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로, 80%의 탐지율을 보입니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실제 경찰은 불특정 다수가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 음란물 유포 피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 이같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SNS에 올라온 피해자 사진을 이용한 허위영상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범죄첩보 수집, 경각심 제고를 위한 사례 중심 예방 교육·홍보 등의 활동도 병행할 방침입니다.

경찰청은 지난 28일부터 7개월 간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특별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습니다.

관련해 경찰청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중대한 범죄로, 발본색원해 국민 불안감을 불식시키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며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를 당부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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