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강제실종희생자의 날’···송두환 인권위원장 “조속히 방지법 제정을”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해 11월2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접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국내에서도 강제실종방지협약이 조속히 논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이날 송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강제실종방지협약의 국내이행을 위한 법률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며 “형제복지원 사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과거 민주인사에 대한 감금 등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피해자 구제, 그리고 향후 이와 같은 범죄 예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강제실종방지협약)’은 2006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돼 2010년 12월 발효됐다. 유엔의 핵심 인권 조약 중 하나로,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총 75개국이 가입했다. 매년 8월30일은 강제 실종 범죄를 방지하고 피해자 권리 구제를 위한 공동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유엔이 지정한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이다.

협약은 ‘강제실종’을 “국가 요원 또는 국가의 허가, 지원, 묵인하에 행동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의한 체포, 감금, 납치 또는 그 밖의 형태로 자유를 박탈한 후, 이러한 자유의 박탈을 부인하거나 실종자의 생사 또는 소재지를 은폐하여 실종자를 법의 보호 밖에 두는 것”으로 정의한다.

송 위원장은 “협약 가입국은 강제실종 범죄를 방지하고 처벌하며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구체적인 국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지난 국회에선 2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선 1건이 발의돼 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내년 2월3일까지 강제실종방지위원회에 최초 국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송 위원장은 “이 위원회는 주기적으로 국가보고서를 심의하지 않고 최초 1회만 심의하는 만큼, 충실한 보고서 작성을 통해 피해 상황과 조치를 국제사회에 전달해 개선점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 관련자와 국가인권기구,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이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