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쓰일 새 역사교과서 공개…중학교 7종·고등학교 9종
위안부, 6·25, 이승만 관련 서술에 교재별 시각차
그간 교육과정이 바뀌어 역사 교과서가 새로 쓰일 때마다 서술 방식이나 표현 등을 둘러싸고 보수·진보 학계의 다툼이 치열했던 만큼 이번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6·25 관련 서술 등과 관련해 교과서별로 시각차가 있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고교 검정교과서 심사 결과를 30일 관보에 게재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새 교육과정이 적용돼 교과서가 바뀌게 된다.
여러 교과서 중 관심이 집중된 건 중학교 역사 교과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다. 중학교 역사Ⅰ·Ⅱ의 경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검정 심사를 통과한 출판사는 ▲지학사 ▲미래엔 ▲주식회사리베르스쿨 ▲비상교육 ▲해냄에듀 ▲천재교과서 ▲동아출판 등 총 7곳이다.
고등학교 한국사Ⅰ·Ⅱ는 ▲동아출판 ▲비상교육 ▲지학사 ▲주식회사리베르스쿨 ▲해냄에듀 ▲한국학력평가원 ▲천재교과서 ▲주식회사씨마스 ▲미래엔 등 총 9곳의 출판사가 심사를 통과했다.
이 가운데 이번에 처음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보수적 시각으로 현대사를 서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계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확보한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교과서를 보면 교과서 표지에 3·1운동, 88서울올림픽을 연상시키는 그림과 함께 연평도 포격사건 그림이 새겨졌다.
본문 중에는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국내외에 선포하였다’고 서술하는 등 그간 진보 학계에서 주로 사용해 온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썼다.
지난 1948년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승인된 한국 관련 결의안 내용을 서술하면서는 ‘코리아(한국)에서 유일한 합법적 정부’라고 언급한 한국사 단행본을 인용했다.
새로 쓰인 교과서는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로 참고자료와 연습문제 형태로 제시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자’라고 연습문제를 넣었고, 위안부 관련 단행본 발췌문과 사진·그림 등을 인용했다.
본문 중에서는 성 착취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 없이 ‘젊은 여성들을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고 단 한 문장으로만 설명했다.
이 교과서는 또 ‘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인’을 실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을 제일 앞에 실으면서 ‘광복 후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결성하고, 신탁통치 반대와 남한 단독 임시정부 수립을 주장하였다’고 적었다.
다만, 교과서의 다른 부분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파 처벌보다는 반공을 우선시하면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활동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그의 과오가 언급되기도 했다.
6·25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현대식 무기를 보유하고 ‘철저히 남침을 준비’했다고 적었다. 한 교사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철저히 준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교과서에서는 남북 간 상호도발이나 38선 지역에서의 교전도 서술한다”고 짚었다.
한편 이 교과서는 6월 민주항쟁 이후 들어선 정부의 특성과 업적을 서술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는 김대중 정부 시절의 남북 정상회담과 민주화운동 기념 사업회 발족, 노무현 정부의 10·4 남북 정상 선언 등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지난 1948년 8월 15일은 통상 보수 학자들이 써온 ‘대한민국 수립’ 대신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했다.
새 교과서는 현장 검토를 위해 내달 2일부터 일선 학교에 전시된다. 오는 2025학년도부터 학교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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