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MZ 대세 여행지로 살아남는 방법은?[다시 제주관광③]
해외 관광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일본 여행을 부추겼던 엔화 약세와 최근 난카이 대지진 우려로 '해외 여행 1번지'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미국 경제로 파생된 세계 증시 불안도 앤데믹 이후 쏟아진 해외 여행 발걸음을 막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는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 위기 타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비계 삼겹살'로 촉발된 부정적 기류도 그간 자정 노력으로 상쇄된 측면도 크다. 국내외 관광객 1500만이라는 숫자는 이제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필사적 변화로 '다시 제주관광'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3회에 걸쳐 제주 관광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향후 과제 및 행정과 관광주체 등의 대응 태세,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쇼핑은 온라인(인터넷) 주문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여행지에서 (쇼핑하는) 시간을 쓰고 싶지 않네요."
지난 29일 오전 제주 도내 대표적인 관광지인 성산일출봉 초입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주모(24·여)씨는 "쇼핑보다는 여행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이모(25·여)씨도 "캐리어에 여행지마다 갈아입을 옷만 한가득 들고 왔다"며 "선물과 기념품은 구입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여행객들의 관광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 면세점과 기념품숍을 부지런히 드나들던 국내외 관광객들의 여행 패턴이 현지에 깊숙히 파고드는 여행 패턴으로 정착하는 분위기다.
이런 여행 방식은 MZ(밀레니얼+Z)세대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최근 MZ 외국인 관광객이 원하는 한국 여행 코스는 '흔한 관광지가 아닌 진짜 한국인이 가는 핫플레이스'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한국인의 일상을 경험하는 '데일리케이션(Daily+Vacation)'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이는 엔데믹 이후 찾아온 여행 스타일 변화 가운데 하나다.
전세버스를 타고 몰려다니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커(游客)' 자리를 중국인 개인 관광객 '산커(散客)'가 채운 것도 변화의 중요한 축이다.
현지 정보를 소셜미디어(SNS)로 실시간 소통하며 여행 정보를 공유, 전세버스를 타기보다는 택시와 렌터카로 핫플레이스 곳곳을 둘러보고 자신들의 '여행 지도'를 구축한다.
제주 관광의 성패가 MZ세대의 취향을 확실히 파악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제주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미 충분한 정보를 숙지하고 있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택시나 도보, 렌터카로 관광을 즐기는 패턴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나타났다"면서 "최근엔 그런 여행 패턴이 더욱 뚜렷하며, 특히 주소비층인 MZ 세대가 여행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인 핫플레이스라도 MZ 외국인 여행객에게 '검증'이 이뤄져야 비로소 대세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가지'와 '빈약한 콘텐츠'는 곧장 여행 리스트 삭제 '1순위'가 된다.
제주도가 MZ 대세 여행지가 되기 위해선 '고물가' 인식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빼어난 자연경관에 비해 부족한 '체험거리'를 늘려 재방문 요인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엔데믹 시작과 함께 역대급 엔저(엔화가치 하락)로 외국인 여행 시장을 선점한 일본과 저렴한 물가로 관광객을 유혹하는 동남아 국가 사이에서 제주도가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도 분명하다.
이에 대해 관광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매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속에서 경쟁하는 제주도가 더욱 더 분발하기 위해서는 '재방문'과 '구매력'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면서 "여행 주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도 "관광의 매력은 자연자원과 인문자원이 로컬 컬처와 결합된 자연환경이 어우려질 때 가장 좋은 매력을 발산한다"면서 "그냥 멋진 자연경관보다 거기에 더 특별하고, 다른 것과는 구분이 되는 차별성을 분명히 가져야 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제주도 역시)타 지역과 차별성을 가지면서 로컬 컬처와 잘 결합된 광경, 음식 등이 특별한 차이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그 관광지가 젊은 사람들(MZ)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차원의 자정노력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제도적 뒷받침도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냥 자정 노력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걸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된다"면서 "홍콩이나 다른 관광 국가처럼 숙박이나 음식 등에 제주도만의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홍보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oo1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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