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지키는 봉사하다 그만…" 등하교 시니어 도우미 '안전 주의보'

김태연 2024. 8. 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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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안전 생각해서 시작한 봉사인데 이런 끔찍한 사고가 벌어질 줄은 몰랐죠."

이씨는 초등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8년 넘게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월 30시간씩 '시니어 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다.

사고 지점에서 여전히 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는 이씨는 "또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스쿨존 도우미 김모(84)씨는 "신호등이 없으니 애들이 막 뛰어다니고 안전지도 하기도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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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스쿨존서 70대 안전도우미 숨져 
필수교육 6시간, 돌발상황 대비 미포함
작년 노인 일자리 사고 3,086건 달해
26일 서울 도봉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70대 등하교 도우미를 향해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지수 기자

"아이들 안전 생각해서 시작한 봉사인데 이런 끔찍한 사고가 벌어질 줄은 몰랐죠."

최근 서울 도봉구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동료 A씨의 발인을 지켜본 이모(78)씨가 2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씨는 초등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8년 넘게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월 30시간씩 '시니어 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틀 전인 26일, 60대 B씨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A씨를 덮치는 사고를 목격했다. B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경찰은 전방 미주시로 인한 운전 미숙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참사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인재(人災)적' 성격이 있다는 점이다. 사고 지점에서 여전히 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는 이씨는 "또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고 지점 인근 주민들은 언젠가 한 번 사고가 날 줄 알았다고 입을 모은다. 사고가 난 곳이 아파트 입구 차단기에서 불과 10m 거리라 아파트를 드나드는 자동차들과 충돌 위험이 높은 데다 신호등도 없기 때문이다. 스쿨존 도우미 김모(84)씨는 "신호등이 없으니 애들이 막 뛰어다니고 안전지도 하기도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민모씨는 "횡단보도와 출입구가 가까워 늘 아슬아슬해 보였다"고 했다.

시니어 도우미들에 대한 안전 교육도 부족했다. 스쿨존 도우미들은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필수 안전교육 연 6시간 만 채우면 된다. 필수 내용은 산업안전보건교육에 관한 것으로, 돌발상황 대처방법이나 응급처치요령, 산재보험 처리절차 안내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차도에 나가지 말고 인도 쪽에서만 활동을 해야 한다"는 등의 프레젠테이션 교육 정도만 진행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최근 5년간 노인일자리 안전사고 발생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노인 일자리사업 규모 확대만 신경 쓸 게 아니라 관련 안전교육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64만 개였던 노인 일자리 수는 지난해 88만3,000개로 늘었다. 덩달아 안전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9년 1,448건이던 노인일자리 안전사고는 2023년 3,086건으로 치솟았다. 이 중 사고 발생으로 목숨을 잃은 경우는 50명에 달했다. 숨진 A씨 역시 이 사업 중 하나인 시니어 도우미로 월 30시간씩 활동했다.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장은 "필수 교육 시간을 늘리고 이론 교육뿐만 아니라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교육을 하는 등 교육 방향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 역시 "도우미가 필요하다는 건 위험성이 있다는 뜻이기에 이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보다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며 "시니어 특성과 업무 특성을 고려한 맞춤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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