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전통한옥… 일본·서양 장점 섞은 ‘절충 양식’ 이었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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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로서 '한옥'(韓屋)은 1908년 서울 중구 정동의 지역 지도에서 처음 나왔다.
중국·일본·베트남 등 전통 가옥과 한옥은 공통점이 많다.
일본뿐 아니라 서양 주택의 장점을 한옥에 섞은 주택을 '조양절충' '선양절충'이라 했다.
'복촌 한옥마을'에서 지금도 볼 수 있는 가회동한씨가옥은 '전통 한옥'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3가지 양식을 절충한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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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황 지음│빨간소금
용어로서 ‘한옥’(韓屋)은 1908년 서울 중구 정동의 지역 지도에서 처음 나왔다. 프랑스·러시아 공사관, 배재학당·정동교회 등 외국 건물이 이 지역으로 모여들던 당시에 그것과 구분하기 위해 나온 용어였다. 1960년대까지 조선집·재래식 주택 등과 한옥을 혼용했고, 1975년 국어사전 표제어로 등재됐다. ‘우리나라 고유 형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형식’으로 한옥을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일본·베트남 등 전통 가옥과 한옥은 공통점이 많다. 기단 위 목재 기둥에 서까래를 올리고 가운데 마당을 두며 지붕에는 기와를 덮은 식이다. 도시 연구자이자 건축가인 저자는 1968년 ‘광화문 복원 사업’을 예로 든다. 콘크리트로 광화문의 외양만 모사한 것을 ‘전통 복원’이라고 했던 시절이다. 사실 지붕에 기와만 덮고 있으면 한국의 고유물로 인식되는 지금도, ‘콘크리트 한옥’을 전통이라고 하던 그 시절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저자는 한옥, 아니 가옥의 의미를 ‘적응’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의 서촌에 있는 1930년대 한옥 밀집지를 내려다보는 이 책 표지가 ‘한옥 적응기’의 예시다. 사진을 보면 지붕 모양이 ‘ㄱ자’ ‘ㅡ자’ 등으로 제각각이다. 이 두 모양을 합친 ‘ㄷ자’ 지붕의 한옥이 1930년대 후반 일반화됐다. 경성에 거주하는 조선인의 폭발적 증가세, 일제 토지구획정리사업 등이 맞물려 가장 효율적인 필지 활용법을 찾아야 하는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건축물은 그 거주자의 필요, 외부 환경에 따라 변하며 시대를 담아낸다는 것이다.
가옥은 역사의 혼합물이다. 부정할 수 없는 일제강점의 역사는 한옥에서도 보인다. 종로구 가회동의 북촌에 모여 살던 조선인은 일본식 주택의 외형은 외면한 반면, 복도·정원 등 공간 활용법은 받아들였다. 마당을 중심으로 분리한 한옥의 내부 동선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일본뿐 아니라 서양 주택의 장점을 한옥에 섞은 주택을 ‘조양절충’ ‘선양절충’이라 했다. ‘복촌 한옥마을’에서 지금도 볼 수 있는 가회동한씨가옥은 ‘전통 한옥’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3가지 양식을 절충한 건축물이다. 기왓장 하나만 보고 한옥으로 쳐 왔던 갇힌 사고를 깨는 책이다. “콘크리트 아파트여도, 시민의 필요로 선택돼 적응한 것이라면 한옥이라 부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264쪽, 1만80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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