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지고 즐길 줄 아는 자가 ‘강한 이’[김헌·김월회의 고전 매트릭스]

2024. 8. 3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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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올림픽
■ 맹자
다져져 깊어진 마음 자유로움 안겨줘
“세리머니 하려고 메달 딴다”는 말엔
‘1등 강박’전혀 없어… 참된 주연으로 우뚝
게티이미지뱅크

2024 파리패럴림픽이 28일(현지시간) 콩코르드 광장에서 막을 올렸다. 최근 폐막한 파리올림픽에 이어 지구촌 축제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올림픽에서 한국은 개막 전의 비관적 전망을 뒤집고 역대급의 성적을 냈다. 근자에 들어 가장 작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했음에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적만이 아니었다. 다른 차원에서 파리올림픽은 참으로 눈부시게 멋졌다. 바로 메달 획득 소감을 전하는 우리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멋졌기 때문이다.

사격 금메달을 딴 선수는 “나는 부족하지만 남도 별거 아니다”라고 마음을 다지면서 방아쇠를 당겼다고 한다. 또 다른 사격 선수는 “괜찮아, 다 나보다 못 쏴!”하며 마음을 다졌고 그 결과가 금메달로 이어졌다. 한 펜싱 선수는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그렇게 잘할 수 있었다”라며 마음을 다독인 덕분에 금메달 두 개를 획득했다. 또 세계 랭킹 24위의 태권도 선수는 “스스로 무너지지 말자를 되뇌었고, 그렇게 무너지지 않으니까 되더라”며 세계 랭킹 1위, 2위, 4위, 5위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땄기에 눈부시게 멋진 게 아니라 그렇게 마음을 다졌다는 것이 눈부시고 멋졌다. 그 덕분에 그들의 마음가짐은 ‘아무개식 사고’라고 불리면서 우리에게 적잖은 위로와 격려를 안겨주고 있다.

마음은 이렇듯 다지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빚어갈 수 있는 그릇이다. 마음을 다진다는 것을 옛사람들은 마음공부라고 불렀다. 맹자는 마음공부의 지적재산권자이기도 하다. 그는 마음공부를 “마음을 기르고 빚어간다”는 뜻의 “양심(養心)”이라고 불렀고 평생 이를 실천하며 살았다. 그 덕분에 그는 넓고도 깊은 마음 공간을 빚어냈고, 인간이기에 지닐 수밖에 없고 여간해서는 벗어나기 힘든 걱정이나 불안, 비애 같은 부정적 감정을 마음에 담아두고도 일상을 능동적으로 영위할 수 있었다. 또한 이를 발판 삼아 몹시 우호적이지 않았던 사회 환경 아래서도, 그래서 계속 넘어지고 꺾였음에도 맹자는 남 탓하고 자기 탓하는 늪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삶을 기꺼이 펼쳐낼 수 있었다.

이런 맹자를 우리는 ‘강한 이’라고 칭할 수 있다. 또 그의 삶은 ‘강한 삶’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강한 이라고 하여 인격적으로 대단한 경지에 다다른 이를 말함이 아니다. 강한 삶도 마찬가지다. 뭐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다거나 걸출한 삶을 펼쳐냈다는 얘기가 아니다. 앞서 말한, 자신의 ‘아무개식 사고’로 원하는 성취를 이룬 선수들도 다 강한 삶을 일궈낸 강한 이들이다. 그들이 마음공부를, 그러니까 자기 마음을 다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경험했듯이 마음을 다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그 어려운 일을 해냈으니 강한 이가 아니면 무엇이겠으며, 강한 삶이 아니면 또 무슨 삶이겠는가.

게다가 마음공부는 우리에게 즐김을, 또 자유로움을 안겨준다. 다져져 깊어지고 넓어진 마음은 즐거움이나 자유로움이 깃들기에 더없이 유리해서 그렇다. 국제대회 시상대에서 밝고 맑은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가 되었던 탁구선수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세리머니 하려고 메달을 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기어코 금메달을 따고야 말겠다는 강박이, 1등 외에는 다 소용없다는 억압이 하나도 묻어 있지 않다. 성과주의 사회의 그늘, 승자독식 세계의 어둠 따위도 전혀 없다. 그저 지금을 충실하게 즐기고 자유로워할 따름이다.

이른바 ‘MZ 세대’를 두고 태어날 때부터 선진국에서 살았고 자라왔기에 후진국 내지 중진국에서 태어나 자랐던 기성세대와는 이렇게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의 타당성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가 보여주는, 그 어떤 기성의 권위나 위계, 형식 따위가 스며들지 않은 즐김과 자유로움은, 또 그 기반이 된 마음다짐은 그 자체로 눈부시고 멋지다. 성공이 주인공이 되고 1등이 주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마음 다진 ‘나’가 주인공이 되고 주연으로 우뚝 섰기에 더욱더 그러하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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