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 독서해야 1권 쓸 수 있어… 일단 많이 읽어라[정신과 의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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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인구는 줄어들고 출판시장은 위기라고 아우성인데, 책 한 권을 내는 사람은 늘고 있고 글쓰기 강좌도 유행이다.
초고를 쓰고 정리를 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니 한 권마다 대충 200쪽은 쓰게 되는 것 같다.
그 궁금증에 대해 해답을 주는 책을 한 권 만났으니 안광복의 'A4 한 장을 쓰는 힘'(어크로스)이다.
그가 제시하는 기본은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많이 읽고 일단 A4 한 장을 메울 수 있는 능력부터 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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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인구는 줄어들고 출판시장은 위기라고 아우성인데, 책 한 권을 내는 사람은 늘고 있고 글쓰기 강좌도 유행이다. 막상 글을 쓰려 모니터를 켜지만 한 페이지 채우기도 어렵다는 현실적 하소연을 듣고는 한다.
20년 전에 처음 단행본을 냈을 때 주변의 정신과 의사들로부터 교수 업적평가에도 들어가지 않는 것을 왜 하냐는 말을 들었다. 스무 권 넘는 책을 내고 나니 이제는 어떻게 자주 책을 쓸 수 있냐고 묻는다. 단행본 한 권은 A4 기준으로 약 120쪽 분량이다. 초고를 쓰고 정리를 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니 한 권마다 대충 200쪽은 쓰게 되는 것 같다. 요새 나를 만나는 사람은 내 책을 읽기 전에 그것부터 궁금해한다. 혹시 어디 분신이 갇혀서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고. 그 궁금증에 대해 해답을 주는 책을 한 권 만났으니 안광복의 ‘A4 한 장을 쓰는 힘’(어크로스)이다. 저자는 철학교사로 20여 권의 책을 내온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오랜 기간 학생들의 읽기와 쓰기를 가르쳐왔다. 그가 제시하는 기본은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많이 읽고 일단 A4 한 장을 메울 수 있는 능력부터 기르는 것이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 칼럼이 A4로 한 장 정도인데, 그 공간을 촘촘하게 구조적으로 메우는 것이 어떤 때는 더 길게 써내려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독과 다작의 상징 다치바나 다카시를 인용하면서 100권의 독서 인풋이 있어야 1권의 아웃풋이 나온다는 100 대 1의 비율을 제시한다. 운동을 잘하려면 기초체력을 먼저 길러야 하듯, 글쓰기의 기본은 쓰기가 아니라 읽기이고, 이 둘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글쓰기 책들이 쓰기의 테크닉에 주력하는 것과 차별점이다. 분량도 절반이 독서에 관련한 내용이다.
책을 고를 때 고전, 소설, 가벼운 인문서로 나눠서 읽을 것, 밑줄을 긋는 법, 짧은 리뷰를 쓸 때 비판보다 그 책의 장점과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것, 그리고 내가 느낀 것을 중심으로 할 것, 조각독서, 자료정리, 생각 재우기 등의 요령을 제시한다. 반을 읽고 난 다음에야 저자는 본격적인 쓰기에 대한 보따리를 풀기 시작한다. 양파와 당근 채썰기를 3년은 해야 비로소 주방에 세우듯, 책의 반을 읽어 나가는 능력이 있어야 베스트셀러 작가의 노하우를 들을 문이 열리는 셈이다. 제목을 잘 다는 법, 개인 경험이나 서사를 활용하는 것, 문장을 다듬고 줄이는 방법이 후반부에 제시된다. 그중 ‘입으로 낭송하면서 읽어볼 것’은 많은 작가의 공통적 퇴고법이다.
다 읽고 나니 그제야 제목이 ‘A4 한 장을 쓰는 방법’이 아닌 ‘힘’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타고난 글쓰기 재능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을 좋아하고, 잘 정리하면서 오래 앉아있는 엉덩이의 무거움이 글쓰기의 힘이다. 누구나 한 권을 쓰겠지만 모두 여러 권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저 많이 읽자.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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