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찾아도 "다른 병원 가세요"…응급의료가 응급 상황
【 앵커멘트 】 전공의가 현장을 떠난 지 6개월째, 남은 의료진마저 지치며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오래전부터 곪아왔던 문제가 터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세현 기자입니다.
【 기자 】 32개월 아이 엄마 A씨는 며칠 전 저녁에 아이의 체온이 40도 가까이 올라 급히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들은 말은 "다른 병원에 가야한다"였습니다.
▶ 인터뷰 : A씨 - "우리는 소아과 의사가 없어서 야간 응급실이 중단됐다. 아이 상태를 보니까 좀 심해 보이니까 119를 부르셔라."
결국 119에서 병원 목록을 받아서 직접 전화를 돌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지만, 당시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 인터뷰 : A씨 - "몸도 떨고 축 처져 있는데 아이 받아주는 데가 없다고 하니까 무섭고 참담하기도 하고."
서울에서도 야간에 소아과 진료를 보지 않거나 외상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고 공지한 곳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전공의 이탈 전부터 응급의료에 구멍이 뚫리고 있었단 지적이 나옵니다.
2020년 4살 김동희 군이 위중한 상태에서 입원을 거부당한 뒤 세상을 떠났고, 지난해엔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수술받을 곳을 찾다 숨졌습니다.
▶ 인터뷰(☎) : 안기종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악화된 건 사실이지만 계속 있었던 현상이라. 과감하게 재정 투입하고 제도나 법률을 바꾸고 이래야 하는데 잘 안된 거예요."
의료계에선 경증 환자를 줄이고 무작정 수가를 조정하는 건 미봉책이란 목소리가 나옵니다.
먼저 정부가 정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맞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이형민 /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 "경증 환자를 하나도 안 보고 중증만 보겠다 한다면 거기에 맞는 수가를 만들어야 되고요. 경증도 일부 보고 중증도 보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겠다 한다면 거기에 맞는 수가를 세팅해야 되는 것이고요."
의료 강국이라는 자화자찬 속에 응급의료가 곪아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accent@mbn.co.kr]
영상취재 : 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 오혜진 그래픽 :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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