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는 외롭다" SBVA 투자심사역이 고민상담사로 나선 이유
[편집자주] 사회 큰 반향을 일으킨 책 '90년대생이 온다'가 출간된 지 3년이 지났다. 책 속 주인공인 90년대생은 이제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벤처캐피탈(VC)에 종사하는 90년대생 주니어들도 마찬가지다. 2020년대 초반 불확실성 시대 풍파를 견디면서 더욱 단단해졌다. 향후 20년 국내 VC 시장을 이끌 주니어들의 벤처투자 철학과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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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중반 불어닥친 벤처투자 혹한기는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게도, 투자를 한 벤처캐피탈(VC)에게도 힘든 시기였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후속 투자유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한된 자금만으로 성과를 내야 했다. VC 심사역들은 실적이 부진한 스타트업을 수시로 점검했다. 필요하다면 싫은 소리도 서슴치 않았다. 장밋빛 미래보다 눈에 보이는 실적을 요구했다.
투자사와 피투자사 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민감한 시기, 이세영 SBVA 책임 심사역은 오히려 스타트업 대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매달 한번씩 '파운더스 토크' 모임을 주도하며 등산, 요가, 명상을 함께하고 일상을 공유했다. 자연스레 고민 상담도 뒤따랐다.
이 책임은 "홍콩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꾸준히 중국 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중국 핀테크 발전상을 눈 여겨봤다"며 "금융 선진국들이 오랜 시간 걸쳐 만든 뱅킹시스템를 혁신기술로 순식간에 구축하는게 인상적이었다. 운이 좋게 기회가 닿아 홍콩으로 건너갔다"고 말했다.
시드 단계 초기 핀테크 지원 사업을 진행하던 이 책임은 2017년 홍콩 사가모어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겨 투자 부문 책임을 맡았다. 이 책임은 "사가모어는 2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투자사"라며 "VC는 물론 사모펀드(PE) 등 폭넓게 투자를 하기 때문에 거시적인 관점에서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 책임은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창업자의 메타인지와 거시적 관점을 꼽았다. 이 책임은 "빠르게 변화하는 거시환경 속에서 자신의 역량과 장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최근 투자를 진행한 소테리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소테리아는 2018년 김종만 전 조지아공과대학 교수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저전력 고성능 컴퓨팅(HPC) 가속기 '아르테미스'(Artemis)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6월 '테이프아웃'(Tape-out, 설계를 완료해 생산으로 넘어가는 단계)을 진행했다. 연말에는 삼성전자 4나노 공정에서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책임은 "소테리아팀은 자신의 역량과 반도체 산업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중 분쟁에서 기회를 포착했다"며 "현재 북미, 유럽, 중동 고객들과 공급계약도 맺었다"고 말했다. 중고의류 거래 플랫폼 '차란'을 운영하는 마인이스, 법률문서 특화 AI(인공지능) 번역 솔루션 '베링랩' 등도 주요 포트폴리오로 꼽았다.
최근 투자할만한 초기 스타트업이 없다는 VC 업계 내 볼멘소리에 이 책임은 "AI 앱(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 볼만한 스타트업들은 무궁무진하다"며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창업자들 스스로 수익성을 고민하는 풍토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책임은 벤처투자 혹한기를 지나면서 포트폴리오사와 투자사 간 깊이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이 책임은 "벤처투자 혹한기 직전 동남아 소재 포트폴리오사 한 곳에 비용 통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지만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해당 기업은 파산했다. 좀 더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관계를 맺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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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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