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한 달 전 뒤처졌던 여론조사서 트럼프 앞서···“오바마 때 열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에서 간발의 차이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또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자사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 한 달 만에 1%포인트 격차로 앞섰다고 보도했다.
WSJ이 지난 24∼28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자 가상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48%,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7%로, 해리스 부통령이 오차 범위(±2.5%포인트) 안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섰다.
이번 설문조사는 민주당 전당대회(19∼22일)가 끝난 직후에 실시됐다.
앞서 WSJ이 지난달 23∼25일 조사한 결과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47%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에 2%포인트 차로 뒤졌다.
제3 후보를 포함한 다자 가상 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7%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45%)보다 2%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양자 대결에서 앞선 것은 WSJ 설문조사 기준으로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해리스 부통령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금껏 시도가 성공적이라는 증거가 거의 없음을 가리킨다고 WSJ은 지적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흑인 유권자의 83%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조지아주와 같은 경합 주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조지아주의 흑인 유권자 비중은 2020년 대선 기준 30%였다.
다만 30세 미만 유권자 사이에서 해리스 부통령(47%)의 우위가 2%포인트에 불과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동일 연령대에서 보였던 격차(25%포인트)에 못 미치는 것이다.
조지아주를 순회하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중산층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첫날 중산층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내 우선순위는 중산층을 지원하고 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취임 첫날 “기회 경제”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 계획에는 자녀 세액공제 확대, 저렴한 주택 공급, ‘바가지 가격’ 대응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같은 날 서배나에서 한 유세에서 “나는 중산층 출신이기에 나는 내가 여러분들에게 말하는 바(중산층 중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며 “트럼프와 달리 나는 항상 중산층과 근로자 가정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11월 대선이 미래에 자녀 양육비와 의료비를 부담할 수 있고, 유급 휴가를 받고, 집을 사는 등의 기회를 얻게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싸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건강보험개혁법(저소득층에까지 의료보장 제도를 확대하는 일명 ‘오바마 케어’)을 폐지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올해 대선은 자신의 몸에 관해 결정할 자유와 총기로부터 안전할 자유, 사랑하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사랑할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면서 임신중단권 보장, 총기 규제 강화, 성 소수자 인권 보호 등 민주당의 핵심 사회 의제를 강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 모멘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지지 열기가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성향 유권자 78%는 ‘이전 선거와 비교해 이번에 투표에 더 열정적인지’를 묻는 말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5월 조사 때(55%)보다 23% 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오바마를 백악관에 보낼 때보다 지금 더 열정적일 수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반트럼프 차원이 아니다’는 답변이 많아진 것도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일 때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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