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궁금하다, 나훈아 왜 은퇴한다냐”…남진, 팔순 앞두고 다짐 “난 노래되는 날까지 현역”
내년이면 데뷔 60주년, 팔순 맞아
“인생은 파도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나훈아와 라이벌구도, 흥행사가 만든것”
1960년대말 베트남파병 다녀오기도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수 남진(79)은 ‘남진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젊을 땐 그저 ‘끼’와 ‘흥’으로 한 건데, 세월이 지날수록 노래가 내 인생이구나, 지금 이 나이가 돼 보니 내 전부구나, 그걸 알게 된 거죠”라고 답변했다.
스무살이던 1965년 가수로 데뷔한 남진은 내년이면 데뷔 60주년을 맞는다. 팔순이 다 된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전남 목포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남진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배우가 되려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동갑내기 배우 임현식과 대학 시절을 함께했다.
노래에도 소질이 있었던 그는 닐 세다카, 냇 킹 콜,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내트라 등 당대 팝 가수의 노래를 좋아했다. 어느 날 클럽에서 팝송을 불렀다가 눈에 띄어 가수의 길에 들어섰다.
노래 실력에 잘생긴 외모까지 갖춘 남진은 가요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10∼20대 여성 팬들은 그를 ‘오빠’라고 부르며 공연장마다 따라다녔다. 그가 주연배우로 출연한 영화도 70여편에 달한다.
남진은 ‘젊은 시절 참 잘생겼더라’는 말에 “그때 인물 좋은 사람이 별로 없었던가 보다. 난 잘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웃었다.
남진은 “이번 다큐로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얻었다”며 “많은 팬의 사랑과 후원이 있어 오늘의 내가 있구나 하고 새삼 감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오빠, 남진’은 1960년대 말 베트남전에 파병됐다가 돌아온 남진이 당시 떠오르는 스타 나훈아와 라이벌 구도를 이룬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룬다. 지난 2월 은퇴를 시사한 나훈아는 오는 10월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남진은 “훈아 씨는 한참 후배로, 나이 차도 많이 난다”며 “당시 ‘흥행사’라고, 쇼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기자들과 함께 (남진과 나훈아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었다. 대중의 관심을 끌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도 DJ(김대중)와 YS(김영삼), 그보다 멋진 라이벌이 어디 있나”라며 “다 시대가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어 “ 훈아 씨가 고등학생이던 1968년 남산 야외음악당에서 처음 봤다. 실제로는 내 한참 후배”라면서 “그런 후배가 은퇴를 한다고 하니 정말 궁금하다. 노래가 안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은퇴를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남진은 “나는 90살이든 100살이든 노래가 되는 날까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진은 1980년대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공백기를 맞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밑바닥부터 다시 출발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말 히트곡 ‘둥지’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인생은 파도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라며 “인기를 누려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쓸쓸하고, 허전하고, 외롭고, 허탈한지 잘 안다”고 했다.
“지금 그분들을 만나면 팬이라기보다는 가족 같은 느낌이에요.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데, 그냥 팬과는 다르죠. 무대에서 노래할 때 나를 바라보는 그들은 60∼70대인데도 표정은 10대이던 그 시절로 돌아가 있어요. 그 모습에 정말 감동하곤 하죠.”
한편 1965년 ‘서울 플레이보이’로 혜성처럼 등장한 남진은 ‘님과 함께’, ‘빈잔’, ‘둥지’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원조 아이돌 스타였다.
데뷔곡 ‘서울 플레이보이’는 원래 ‘서울푸레이보이’였지만 심의에 걸려 수정했다고 한다. 또 가장 아끼고 좋아하던 노래 ‘연애 0번지’가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일이 계기가 돼 ‘울려고 내가 왔나’라는 곡이 탄생했고 이 곡이 크게 히트하면서 지금의 남진을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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