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UP] '지인 능욕' 디지털 성착취물...피해 시 대처방안은?
■ 진행 : 윤재희 앵커
■ 전화연결 : 백가을 디지털성범죄 근절·연구 활동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UP]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이번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문가와 알아보겠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 연구 활동가, 백가을 대표 연결돼 있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백가을]
안녕하십니까?
[앵커]
먼저 대표님께서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서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소개부터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백가을]
안녕하세요. 저는 디지털성범죄 연구활동가 백가을이라고 하고요. 디지털성폭력과 관련한 전반적인 모든 분야를 연구하며 이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후반부터 2020년까지는 디지털 성범죄 아웃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몰카라는 표현을 디지털 성범죄로 바꾸고 상대 동의 없는 촬영과 유포가 장난이 아닌 범죄라는 것을 드러내는 인식 개선 활동을 하기도 했었고요. 지금도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된 사회적, 법적, 경제적, 그리고 기술적 분야 등에서 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성범죄연구회에서 자문위원 활동도 하면서 법조계와 일반 시민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인의 사진을 합성한 영상이나 사진들이 대규모로 제작, 유포되면서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이런 행태가 언제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될까요?
[백가을]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성폭력이 디지털 성폭력이고 특히 텔레그램에서 딥페이크라고 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텔레그램이라는 서버를 외국에 둔 익명 메신저상에서 벌어지고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개인정보를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확보하고 있죠. 그리고 딥페이크라는 최근 기술과 인공지능봇을 활용해서 정말 1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 안에 원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허위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걸 거래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가상화폐 기술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많은 분들께서 지금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가 마치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범죄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사실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기술과 접목된 성폭력의 역사가 오랜 기간 반복되어 왔습니다. 가정용 캠코더, 홈비디오 그리고 PC의 보급 또한 소위 포르노라고 부르는 성착취물 제작하고 유통하는 활동과 함께 진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그리고 이전에 유명했던 박사방과 N번방 등의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도 사건이 주로 일어났던 플랫폼과 기술이 각각 홈페이지에서 웹하드, 그리고 SNS나 메신저 앱으로 바뀌었다 뿐이지 본질이 같습니다. 이 본질은 성폭력을 마치 놀이인 것처럼 즐기고 여성의 몸과 성을 매매 가능한 성적 도구인 것처럼 취급하는 문화, 법적 그리고 기술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거거든요. 소위 말하는 빨간마후라 사건, 이것도 가정용 캠코더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불법 촬영물이었고요.
그리고 과거에 굉장히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던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이 유행했던 시절에도 유저들이 게임 맵에 포르노를 합성하는 게 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성폭력을 게임처럼 즐기는 것은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어 온 일이라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는 이런 형태가 시작된 것은 한국에서 디지털 디바이스와 네트워크망이 보급되었던 역사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범죄가 생겼다, 또는 요즘 애들 너무 무섭다,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해석이라고 봐요. 만약에 10년이나 20년 전에 한국에 텔레그램과 같은, 그리고 딥페이크 인공지능이 있었다면 이 일은 20년 전에 똑같이 일어났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앵커]
제일 중요한 부분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내 사진이 합성돼서 디지털 성범죄에 이용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면 가장 먼저 뭘 해야 될까요?
[백가을]
우선 증정을 하셔야 돼요. 너무 큰 스트레스 상황에서 당연히 패닉에 빠질 수 있을 텐데요. 급한 마음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선 진정하시고 많은 피해자들이 인지 단계에서 하는 주된 실수 중 하나가 증거를 자기도 모르게 삭제해버리는 거거든요. 그래서 사진이나 동영상 그리고 대화 내역 같은 게 너무 불쾌하고 보기 싫고 이러니까 삭제하시거나 대화방을 나와버리시는 경우가 있어요. 이러지 않도록 증거를 우선 확보하고 보유하고 있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하고요. 이게 딥페이크 사진의 형상일 수도 있고 영상일 수도 있고 텔레그램, 카톡, 인스타그램 대화방의 형태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만약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알려줘서 인지를 하신 경우에는 그렇게 알려준 사람과의 대화도 삭제하지 않고 보관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가해자가 상황을 알게 되기 전에 미리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왜냐하면 가해자들이 자기 범행이 들통날 것 같다. 그리고 자기가 가해자라고 특정이 될 것 같다 싶으면 증거인멸부터 합니다.
[앵커]
피해자가 합성 유포 가해자에게 직접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던데요. 이건 어떻습니까?
[백가을]
저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우선 저는 성폭력피해자 연대 활동가로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가 너무 중요한 조처라는 것. 그리고 그게 피해자 자신에게도 중요한 조처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가해자가 잡아떼거나 도리어 나 이런 사진 있고 이것을 주변 사람들한테 보내겠다,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가해자가 요청받아서 삭제했다고 하더라도 합성물이 기기나 클라우드 그리고 대화방 같은 데에 남아있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가해자가 자기 디바이스에 안 남겨놨다. 나 지금 내 갤러리에서 삭제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유포가 되었다면 다 회수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리어 삭제한 뒤에 나 피해자한테 협조했었다라는 식으로 면피용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앵커]
신고를 위해서라도 피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증거로 기록해 둬야 되는 그런 필요성도 있어보이는데 그 밖에 또 주의할 점들이 있을까요?
[백가을]
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자기가 상황을 인지했고 그리고 증거물들을 확보한 뒤에도 피해자께서는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 자신의 개인정보, 인터넷에 게시되어 있는 개인정보를 지우시거나 더 이상 게시하지 않으시거나 당분간은 삭제해놓으시거나 이런 게 필요한데요. 여기에 더해서 SNS에서의 개인정보 보호는 본인만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학교나 지역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는 게시물을 자신의 계정에 올려둔 상태에서 아예 계정을 폐쇄아거나 나의 본명을 언급한다면 주변 친구들, 지인들 통해서도 나의 개인정보가 새어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행이 발생한 경우, 특히 지인 대상에서 범행이 발생한 경우 본인의 SNS뿐만 아니라 자기 주변 사람들의 SNS도 같이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만약에 내 지인의 피해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지인에게 바로 알려줘야 될까요? 어떻게 보시나요?
[백가을]
이거 굉장히 신중해야 되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이게 범죄 특성이나 플랫폼 등에 따라서 바로 알려줘야 되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을 취해야 되는지 다를 수가 있는데요. 일단 방법은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거거든요. 제일 먼저 할 일은. 특히 만약에 내가 미성년자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기관에 문의를 하고 함께 진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당사자한테 바로 알려주고 싶으실 거예요. 보통 가해자가 피해자를 물색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인 것처럼, 내가 지인인 것처럼 위장해서 너를 도와주려고 해. 너의 이런 사진이나 동영상을 발견했어, 이거 너야? 이렇게 확인을 하는 식으로 위장을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링크 클릭을 유도한다든지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하거나 로그인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해서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마치 보이스피싱 수법과 비슷하게 피해자의 휴대폰을 해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내가 내 지인의 피해를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이걸 알려주려고 하기보다는 당사자한테 연락하기 이전에 우선 전문기관과 상의를 하셔서 추진하시는 게 좋다고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내가 아는 사람이랑 얼굴이 좀 닮은 것 같아서 이거 누구 맞냐라고 영상을 전달하면 그것도 범죄가 될 수 있다고요?
[백가을]
물론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게 바로 디지털 성범죄 유포가 될 수가 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내용 중에 계속해서 전문기관에 연락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믿을 만한 전문기관, 상담 기관이 있을까요?
[백가을]
있습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가장 전문적으로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 공공기관입니다. 여기에서 피해자의 사건 상담과 더불어서 삭제 지원까지 하고 있으니까 다른 데 찾아가지 마시고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앵커]
삭제 지원까지 해 준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이게 본인의 사진이나 이런 동영상을 보면 일단 이것을 빨리 지우고 싶은 마음에 이른바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것도 피해자가 직접 나서는 것은 조심해야 된다고요?
[백가을]
물론입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 사업 구성 자체가 피해자의 피해 사진, 그리고 영상물이 있어야만 운영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중 일부는 무료로 해 준다, 이런 업체도 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피해자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예비 고객들의 신용을 얻으려고 홍보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봉사활동이라고 하면서 피해자를 모집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을 사용하시는 데 주의가 필요하고요. 더불어서 이 사람들이 피해자에게만 다가가지 않습니다.
가해자들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자기가 한 범행의 증거를 삭제하는 데도 디지털 장의사에 삭제 요구를 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가해자, 피해자를... 이 사람들은... 그래서 디지털 성범죄 지원센터와 같은 믿음직한 기관도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요. 오히려 질 높고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믿을 수 있는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으시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앵커]
그러면 디지털성범죄피해센터같이 이런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삭제를 해 주더라도 100%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이건 어떻습니까?
[백가을]
안타깝게도 불가능합니다. 이게 디지털 성범죄의 특징이고요. 그래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가 영구적이라고 하거움 아무리 열심히 삭제를 해도 이게 클라우드에 저장이 될 수도 있고 그리고 이미 유포가 되었다면 유포에 가담한 사람들, 이것을 유포하고 저장한 사람들의 디바이스까지 모두 확인하고 삭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이 범죄가 얼마나 중한 범죄인지, 얼마나 피해가 심각한 범죄인지, 영속적인 범죄인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앵커]
당정도 피해자 성범죄 저벌 수위를 징역 5년에서 7년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한 상태인데 처벌 강화가 대책이 될 수 있을까요?
[백가을]
일부 대책이 될 수는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가... 그런데 이건 양형기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이렇게 바뀐 기준이 적용되는 거거든요. 아무리 처벌이 강화됐다고 하더라도 그게 적용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잖아요. 특히 여기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될 게 바로 정상참작 감경이라고 하는 부분입니다. 얼마 전까지 작량감경이라고 불리기도 했었는데요.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더라도 법률로 정한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법관이 그 재량에 의해서 형을 감경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데 구체적인 근거 없이, 또는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 자의적으로 형을 깎고 집행유예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유사한 범죄에도 결과가 들쑥날쑥하게 됩니다.
더불어서 판사까지 가기 이전에 경찰의 수사 의지, 검사의 기소 의지 부족으로 아예 재판까지 가는 단계에서 없어지거나 또는 이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부각하지 않는 그런 사건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양형도 중요하지만 법관의 디지털 기술 이해와 성폭력에 대한 시대에 맞는 인식 이것도 중요하고 이전 단계에서 경찰의 수사 의지, 검찰 기소 의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탓하지 않고 무사히 재판까지 가는 과정을 같이 서포트할 수 있는 그런 인식이 모두 중요합니다.
[앵커]
학생들이 가해자, 피해자가 되고 있어서 이 부분도 사회적인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될 것 같은데 학교라는 틀 안에서의 대처, 교육도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시나요?
[백가을]
맞습니다. 너무 안타깝게도 학교 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이렇기 때문에 특수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미성년자고 그리고 아는 사이고 그리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고 같은 사회적인 공간 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기도 한데요. 단계적으로 보면 남학생이 같은 학교 여학생들에게 딥페이크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 우선 피해를 입은 학생이 위축되는 경우, 그리고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여기에서 주변에 계시는 어른들, 선생님이라든지 학교라든지 아니면 보호자분들이라든지 이런 분들께서 안타까운 마음에서라도 그 학생에게 사진을 네가 올린 게 잘못됐다, 네가 내려라. 이런 말을 하기도 하고요. 이런 식의 피해자를 탓다는 식의 언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식의 인식 이런 것들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중요하고요. 성범죄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건 초기에만이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와 마주치지 않도록 대책을 학교 차원에서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범죄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가 안타깝지만 너무 많고요. 이런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말 큰 주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 연구 활동가 백가을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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