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또 가자지구 구호차량 공격···5명 사망

윤기은 기자 2024. 8. 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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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현지시간) 총탄에 창문이 뚫린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차량이 가자지구에 주차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또다시 가자지구에서 국제 구호 차량을 공격해 적어도 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연료와 의약품을 싣고 가던 미국 구호단체 ‘근동난민구호’(ANERA)의 구호차 행렬을 공습했다. 이 공습으로 구호 차량 행렬의 선두 차에 타고 있던 팔레스타인인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들은 모두 ANERA의 물자 수송과 보안 업무를 하는 수송업체 직원이었다.

이에 대해 ANERA 팔레스타인 책임자인 샌드라 라시드는 성명을 통해 구호 차량 이동에 대해 이스라엘군과 사전협의까지 했는데 공격당했다면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다수의 무장 공격자들이 선두 차량을 장악했다”면서 이후 그들이 “인도주의 호송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위협을 제거했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군은 탈취된 차량에 대한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검증한 후에 선두 차량만을 공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전날에도 검문소로 이동하던 세계식량계획(WFP)의 구호 차량을 공격하는 등 최근 1주일간 4차례나 구호단체 직원들을 공격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이 지난 27일 WFP 구호차량 총격 이전에 이스라엘 부대 간 통신 오류가 있었다는 사건 초기 조사 결과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우드 차석대사는 “우리는 그들에게 그들의 시스템상 문제를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며 “이스라엘은 그들의 실수에 대해 책임져야 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군이 유엔 직원에게 다시는 발포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가자지구 내에서 이동 중이던 WFP 구호 차 한 대가 이스라엘군 검문소 인근에서 10발 이상의 총격을 받았다. 당시 총격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며 WFP는 가자지구 내 직원들의 이동을 일시 중단했다.

WFP는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필요한 승인을 받았음에도 검문소 근처에서 직접 총격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총격 발생에 강하게 항의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에도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트럭 3대를 하마스 측 트럭으로 오인해 공습, 탑승자 7명 전원이 숨졌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폭발물 설치를 방지하기 위해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사이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을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가 발간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필라델피 회랑 중 지중해에 인접한 300∼400m 구간이 아스팔트로 포장된 모습이 지난 26일 인공위성 촬영 사진에 새로 포착됐다.

ISW는 “회랑에 아스팔트를 깔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급조폭발물(IED)을 설치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ISW는 지난 25일 이스라엘과 중재국이 휴전 협상을 벌이던 당시 이스라엘군이 필라델피 회랑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하는 대신 이곳에 포장도로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타협안이 논의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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