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리그테이블]①'형님' 덕에 제대로 어깨 편 삼성

백유진 2024. 8. 3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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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살아나자 삼성 계열사 영업이익 '4배'↑껑충
삼성전자, 수익성 꼴찌서 1위로…최고 성장한 삼성重
업황 부진 직격탄 맞은 삼성SDI·호텔신라는 주춤
/그래픽=비즈워치
2024년 상반기는 찬 바람만 불던 한국 산업계에 햇살이 비췄다. 전기차 부진으로 배터리를 비롯한 일부 산업의 업황은 얼어붙었지만, 반도체 등 AI(인공지능) 열풍을 탄 산업군은 기지개를 켰다. 비즈워치는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5개 그룹 기업군을 선정, 올 상반기 성적표를 심층 분석했다.[편집자]

올 상반기 '맏형' 삼성전자가 그간의 부진을 씻어내자 그룹 전체 실적도 살아났다.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며 그룹 전체 영업이익을 4배 이상 끌어올렸다. 삼성중공업도 조선업 호황에 발맞춰 호실적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에 힘을 실었다. 다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라 배터리 업체인 삼성SDI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픽=비즈워치

형님 성적표에 온 집안이 '들썩'

비즈워치가 집계한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삼성E&A(전 삼성엔지니어링)·삼성SDS·삼성전기·삼성중공업·제일기획·에스원·호텔신라(이상 영업이익순) 등 삼성 비금융 주요 10개 계열사의 상반기 연결 기준 총 영업이익은 21조96억원이었다. 작년 상반기 5조2981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났다. 총 매출은 작년 상반기보다 13.5% 증가한 204조68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상반기(209조2090억원)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러한 호실적은 중추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덕이다. 삼성전자의 핵심인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혹독한 한파를 겪다, 올 상반기부터 AI 시장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며 본격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상반기 매출 51조7000억원, 영업이익 8조3600억원을 시현했다. 지난해 4개 분기 내내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기준 14조8600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이에 삼성전자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7조49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조3087억원)에 비해 13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45조98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 또한 1.1%에서 11.7%로 10.6%p(포인트) 성장했다.

특히 2분기 실적 개선세가 도드라졌다.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0조4400억원으로 지난 2022년 3분기 영업이익(10조8520억원) 이후 약 2년 만에 1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15.6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며 1분기와 비교해도 3조8379억원 늘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번 호실적으로 삼성전자는 수익성 꼴찌 타이틀도 반납했다. 작년 상반기 삼성전자는 1.1%의 영업이익률로 그룹 내 최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1.7%로 10개 계열사 중 가장 높았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들은 수익성 개선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삼성중공업(2.1%p)과 삼성SDS(0.8%p), 삼성물산(0.6%p)을 제외한 6개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이 낮아졌다.

삼성 계열사의 실적은 '형님' 격인 삼성전자 실적에 좌지우지 되는 모양새다. 올 상반기 삼성 10개 계열사 전체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 대비 15조7115억원 늘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증가액(15조7412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에 그룹 전체가 휘둘리는 셈이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가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도 80%대로 올라섰다.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81.2%로 그룹 내 압도적인 지위를 회복했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 그룹 내 영업이익 1위를 유지했지만, 비중은 46.6%에 그친 바 있다. 

조선업 호황에 삼성重도 활짝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중공업·제일기획 등 4개 계열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나며 그룹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중공업은 전체 삼성 계열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그룹 내 매출 성장률은 가장 높았다. 상반기 삼성중공업의 매출은 4조8798억원으로 전 반기 대비 3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86억원을 시현해 작년 상반기(785억원)보다 2.7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성장세다. 

조선업계가 제2의 호황기에 접어들자, 삼성중공업은 올해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233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15년부터 9년 동안 이어온 적자 터널에서 벗어난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13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의 분기 실적이 1000억원을 넘긴 것은 2014년 4분기 이후 약 10년 만이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덩치가 큰 삼성물산도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의 상반기 매출은 21조9006억원, 영업이익은 1조6127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5.2%, 1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7%, 12.6% 증가한 5조2044억원, 388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 증가 폭이 적어 수익성은 0.6% 하락했다. 광고 계열사 제일기획 역시 매출은 10.2%, 영업이익은 3.4% 늘어나며 영업이익률은 0.4% 소폭 하락했다.

티 안 나게 우는 아우들

10개 계열사 중 가장 부진했던 것은 삼성SDI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수요 둔화로 2차 전지 관련 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삼성SDI의 상반기 매출은 9조581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14.4% 감소했다. 삼성 10개 계열사 중 가장 큰 감소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7% 감소한 5476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7.4%에서 5.7%로 하락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삼성E&A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부진했다. 삼성 E&A의 상반기 매출은 5조710억원, 영업이익은 4719억원으로 전 상반기 대비 각각 4.7%, 17.2% 감소했다. 다만 이는 작년 2분기 역대급 실적에 대한 역기저 효과 영향이다. 당시 실적에는 일회성 준공정산이익 약 1000억원이 반영돼 있다.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5698억원)에서 이를 제외하면 올 상반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영업이익 감소 폭이 가장 컸던 것은 호텔신라다. 올 상반기 호텔신라는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한 1조98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98억원으로 60.9% 줄었다. 작년 상반기 1000억원이 넘었던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영업이익 감소의 큰 원인은 면세점 업황의 부진이다. 호텔신라 실적은 크게 TR 부문(면세점)과 호텔·레저 부문으로 나뉘는데, 작년 상반기 6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TR 부문은 올해 129억원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보안 기업 에스원 역시 호텔신라와 마찬가지로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이 하락했다. 올 상반기 에스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했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1.7%p 줄어든 7.4%를 기록했다. 다만 10개 계열사 중에서는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IT 계열 서비스 계열사인 삼성SDS의 경우 작년 상반기 대비 매출은 1.1%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11.5% 늘어나며 내실을 다졌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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