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휴머노이드 로봇,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김서연 기자 2024. 8. 3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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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시장 대세 '휴머노이드']③ 한국의 과제는 사업성·원가 경쟁력 확보
[편집자주] 중국의 '로봇굴기'가 본격화한 지 어느덧 10년차에 접어들면서 최고의 로봇 기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앙정부 주도로 연관 기관과 지방정부까지 힘을 모은 결과 세계가 주목하는 시장으로 성장했고, 연관 산업 클러스터는 점점 견고해지고 있다. 기술력의 바로미터인 '고도화된 휴머노이드 로봇' 제품 측면에선 여전히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지만 사람을 따라하는 것은 이미 규모 면에서 다른 시장을 압도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첨단 로봇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월8일 첨단 로봇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방문해 연구시설을 둘러보는 모습이다. /사진=뉴스1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로봇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로봇 기술의 유연한 활용과 부품의 국산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력에 비해 상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기존의 인식을 벗겨지고 있다. 테슬라, 어질리티 로보틱스, 유비테크 등이 자체개발 휴머노이드 로봇의 공장 활용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시점까지 연구개발에 많은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서 상업화해 활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순 개발만으로는 부족…기술 확장·접목 통한 사업성 확보 필요


현대자동차 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생산현장에 투입하는데 집중하는 사업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의 싱가포르 생산기지에서 스팟이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휴머노이드 로봇의 선구자 일본 혼다는 2000년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를 개발했다. 혼다는 아시모를 통해 파생된 기술을 주력 사업들에 접목하고 있다. 아시모는 주행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과 의료용 보행 보조 로봇의 모태가 됐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걷는 기술 등은 오토바이와 스쿠터에 접목했다. 물체 인지능력과 자율 이동 능력은 자율주행 기술에 응용되고 있다.

현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중 가장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아틀라스'는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이다. 아틀라스보다 효율·원가 경쟁력이 높은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제조현장에 투입하는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대차는 스팟'을 공장에 투입해 데이터 수집이나 탐사 업무를 맡길 방침이다.

현대차의 지분 인수 이후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본격적인 로봇 기업으로 변신했다. 현대차를 만난 이후 보스턴다이내믹스는 30년간 축적해온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다양한 상업 로봇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스팟에 이어 물류 로봇 '스트레치' 등을 선보이며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첫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만든 카이스트 휴보 랩 연구진들이 설립한 곳이다. 휴보 랩은 2015년 미 국방성이 주관하는 재난구조 로봇 대회인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2015'에서 최종 우승했다. 휴보를 비롯해 협동로봇, 사족보행로봇, 서빙로봇과 자율주행로봇에 이르기까지 로봇 분야 풀 라인업을 갖추며 사업성까지 인정받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경쟁력을 인정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867억원을 투입해 지분 14.99%를 확보했다. 지분 59.94%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 청구권)까지 확보해 인수 가능성이 높다.


로봇산업의 발전, 부품의 원가 절감이 전제 되어야…


정부가 지난해 '첨단로봇 산업 발전을 위한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로봇부품의 국산화와 원가절감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지난 6월26일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첨단로봇 경제 전담반(TF)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지난해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을 통해 전 산업 영역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 100만대 이상의 로봇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부품 국산화 제고 ▲전문인력 양성 ▲스타 기업 육성 ▲로봇산업 규모 확대 ▲로봇 밀도 증가 등이 비전으로 제시됐다.

로봇업계는 국내 부품 클러스터 기반이 취약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지난해 발표한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부품 국산화율은 44% 수준이다. 국내 로봇 기업 2500개 사 중 99%가 중소기업이고 매출 10억 원 미만의 업체가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휴머노이드 기술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중국의 부품사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첨단 기술 부문에서는 약할 수 있지만 생산력이라는 큰 무기를 가지고 있다"며 "아직 부품을 내재화하지 못한 기업들은 중국 업체들와의 협업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는 부품을 국산화할 수 있는 실제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중국 로봇 제품들이 가격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인다."며 "국내에서도 중국 제품들을 수입하거나 부품들을 조립해 판매하는 대리점 형태의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다른 로봇들과 달리 휴머노이드는 파급력이 큰 산업이다"라며 "드론처럼 뒤처지지 않으려면 부품 소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서연 기자 ks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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