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죄다 말라 죽었다' 충북 인삼농가 탄식…고온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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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에 데친 것처럼 흐물흐물해졌다가 죄다 말라 죽었다. 30년 넘게 인삼을 키웠지만, 이렇게 피해가 심각하기는 처음이다."
역대급 폭염이 올해 여름을 집어삼키면서 충북의 인삼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충북도와 11개 시군 등에 따르면 폭염으로 고온장애 등의 피해가 발생한 도내 인삼농가는 288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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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폭염피해 인삼농가 288곳 214㏊…지원책 절실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끓는 물에 데친 것처럼 흐물흐물해졌다가 죄다 말라 죽었다. 30년 넘게 인삼을 키웠지만, 이렇게 피해가 심각하기는 처음이다."
충북 증평에서 인삼농사를 짓고 있는 김효식 씨(70)는 검게 타고 누렇게 말라죽은 이파리만 가득한 인삼밭을 보면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증평군 도안면과 증평읍에서 35년째 인삼을 키우고 있지만, 인삼 이파리가 폭염에 녹아내린 듯 누렇게 타 말라 죽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다.
김 씨의 4년근 인삼밭 1000평(약 3305㎡) 가운데 80% 정도에서 이런 피해가 발생했다. 비슷한 규모의 5년근 인삼밭과 6년근 인삼밭 1800평(약 5950㎡)은 50~60% 정도가 그렇다.
이렇게 이파리가 말라버린 인삼은 생육을 멈추고 뿌리가 썩어 버린다. 특히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는 4년근 이상에 피해가 집중되다 보니 김 씨의 손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김 씨는 "폭염이 심했던 2018년이나 다른 때는 드문드문 말라 죽는 게 있었지만, 올해는 모조리 그렇다"며 "더 피해가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탄식했다.
역대급 폭염이 올해 여름을 집어삼키면서 충북의 인삼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저온성 작물인 인삼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인삼의 생육에 알맞은 온도는 25∼30도로 해가림 시설 내부 온도가 30도 이상인 상태로 5~7일이 지나면 고온 피해가 발생한다.
고온에 노출되면 잎 가장자리가 타들어 가고 잎이 아예 떨어지거나 성장이 멈추는데, 역대 2위(폭염 일수 25일)에 해당하는 폭염이 덮친 올해 피해가 크다.
충북도와 11개 시군 등에 따르면 폭염으로 고온장애 등의 피해가 발생한 도내 인삼농가는 288곳이다. 피해 면적만 214㏊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음성이 가장 많은 53㏊, 영동 31㏊, 충주 29㏊, 보은 26㏊, 괴산 23㏊ 등으로 피해를 계속 접수하고 있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각 시군의 판단이다.
인삼농가의 피해는 커지고 있지만, 정부나 자치단체 차원의 복구나 지원 대책은 딱히 없다. 그나마 농작물재해보험이 있지만, 이것도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괴산의 한 인삼농가 농민은 "보험사에서 폭염과 피해의 연관성 등을 따져봐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정부의 지원이 꼭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edam_081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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