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가스전 예산 506억원 잡혔는데…기업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정부가 동해 심해 가스전의 첫 탐사 시추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506억원을 배정한 가운데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타당성만을 고려할 수 없는 국내 정치 상황 때문이다.
2차 시추부터 해외 자본의 투자를 받아 공동 개발에 나서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사업 참여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3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왕고래' 유망구조를 포함한 동해 심해 가스전에서 첫 탐사 시추공을 뚫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506억원을 반영했다. 이번 예산이 확보되면 정부는 가스전 개발을 맡은 한국석유공사에 출자 형식으로 지원하게 된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 12월부터 동해 심해 가스전에서 가스와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골라 첫 시추공을 뚫기로 하고 노르웨이 시드릴사와 시추선 임대 등 다수의 용역 계약을 맺었다.
심해 시추공 한 곳을 뚫으려면 최소 1000억원이 필요하다. 시드릴사에 지급할 계약금 등 당장 올해 쓸 착수비 성격의 자금으로 약 120억원을 확보했지만, 첫 탐사 시추에 들어갈 약 900억원은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 506억원 외에 나머지 재원은 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을 마련해 부담할 계획이다.
국내 민간 기업들도 해당 사업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타당성만을 고려하고 싶지만, 여기에 더해 정권의 변화나 정치적 환경의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해서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과거 자원 개발과 관련된 정부 사업에서 기업들이 겪었던 어려움,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의 수사와 감사 등의 전례를 볼 때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자원 개발만큼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연속성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민간 기업들에게 좋은 경험과 투자 기회지만 혹여나 정권이 바뀌거나 상황이 변할 경우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경우 최고경영자나 총수가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데, 정부 발표 직후 결정을 바로 공식화하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이번 22대 국정감사에 국내 민간기업들까지 거론되거나 소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차 개발전략회의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K E&S, GS에너지 등 민간기업들이 참석한 바 있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2차 시추의 해외 자본 유치를 두고 야당의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차 시추부터 해외 오일 메이저 등의 투자를 받아 진행하는 공동 개발로 이뤄진다. 정부는 본격화할 민간 투자를 앞두고 조광권을 재설정하고 투자 이익 배분에 관한 각종 제도를 정비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십중팔구 실패할 사안"이라면며 "전액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것도 걱정이고 주가 폭등에 따른 추후 주식 투자자 대량 손실도 걱정으로 국회 차원에서 철저히 점검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기업이 국내 핵심자원에 500억원 이상 투자하는 경우 국회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자원안보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외자본이 무분별하게 들어올 경우 국회와 국민이 관여할 수 없는 묻지마 형태로 추진돼 석유가스 등의 공급통제가 해외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발의한 개정안이다.
성원모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세계적으로 국내 자본으로만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며 "불확실성이 있는데 비용까지 많이 들어가다 보니 비용을 분산해 각 해외 전문주체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기술과 전문성으로 해석을 하는 수순이고 이를 통해 신뢰성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역시 "해외 자본 유치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며 "통상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다른 국가의 자본들을 끌어들이는 이유 중에 하나가 한국 기술과 경험으로 못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자본도 자본을 투입하는 만큼 추가적으로 검증하려고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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