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헌고는 30일 경북 상주시에서 열릴 '제54회 추계 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에 참가, 청주신흥고와 대회 개막전을 펼친다. 인헌고는 지난 14일 양구군에서 열린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농구부 창단 첫 우승의 역사를 작성했다.
많은 이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 경복고를 상대로 인헌고는 종료 직전 최주연(185cm, G.F)의 점프슛이 버저비터로 들어가며 69-67로 우승했다.
최주연은 "우승한 날 정말 잠을 잘 잤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경복고를 이기고 우승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결승 마지막 공격에서 신종석 코치님이 2대2 플레이를 주문했다. 3점보다는 최대한 골대에 가까운 곳에서 슛을 던지라고 했다. 팀원들이 패스를 잘 이어줬고 우연히 내게 공이 왔는데 던지는 순간 공이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코트에 함께 있던 하범수(183cm, G.F)는 "(최)주연이가 슛을 던질 때 들어가겠다 싶어서 주연이한테 뛰어가고 있었다"고 웃었다.
농구부 창단 첫 우승을 결정짓는 순간을 떠올린 선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만년 하위팀, 남고부 변방 팀으로 항상 상대에게 1승을 헌납했던 팀은 지난 고생을 잊고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인헌고의 우승 소식을 전해 들은 학교는 인헌동주민자치회는 인헌시장과 학교에 우승 현수막을 내걸며 선수들을 맞이했다. 아울러 지역구 의원도 개인 SNS를 통해 인헌고 선수들의 우승 소식을 전하고 축하했다.
대회 MVP 전승윤(185cm, G.F)은 "우승 후 팀원들과 더 돈독해지고 화기애애해졌다. 학교로 돌아갔을 때 교장선생님부터 담임선생님까지 많은 선생님이 축하해 주셨다. 농구를 시작하고 첫 우승이었는데,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고 축하해주신 지역 주민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고 전했다.
경복고 높이를 상대로 버텨준 오벨레존(193cm. F.C)은 "경기에 앞서 모두 자신감이 있었다. 4쿼터를 13점 차로 지고 시작했찌만, 모두 끝까지 하자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우승해서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무언가 갑자기 모든 게 딱 끝난 느낌도 들었다"고 전했다.
농구를 시작하고 인헌고 선수들은 첫 우승이라는 소중한 타이틀을 얻었다. 이들이 여기에 오기까지 어렵고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신종석 코치가 선수들의 멘탈을 잡으며 '패배의식'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다.
오벨레존은 "사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운동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신종석 코치님 아래에서 3년 동안 농구를 배우면서 많은 것을 얻고 느낄 수 있었다. 코치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벨레존뿐 아니라 최주연, 하범수, 전승윤까지 모두가 힘든 순간이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이들을 곁에서 지탱해 준 것은 학교와 코치들이었다.
최주연은 "중학생 때 방황했다. 의욕도 목적도 없었다. 하지만 신 코치님을 믿도 따르면서 우승까지 경험하게 됐다. 한번 우승을 경험하지 이 기분을 더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어렵고 힘든 날이 찾아오겠지만, 이 우승이 농구 인생에 있어 큰 자극제와 반환점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승윤도 "앞으로 더 자신감을 가지고 농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완전 하위 팀이 아니라는 것에서 벗어난 것도 좋다. 어디에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팀이 된 만큼 앞으로 후배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학교 그리고 코치님들께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하범수도 "후배들도 앞으로 더 잘 할거라 믿고 많은 응원을 해줄 생각이다. 결승전에서 느낀 그 기분,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은 모두가 많이 배우고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만년 하위 팀의 우승 스토리.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를 만든 인헌고의 우승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린 순간이었다. 각본 신종석, 주연 인헌고의 새로운 드라마가 펼쳐질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