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헤즈볼라, 이스라엘과 전면전 시작할 것인가

박영서 2024. 8. 30.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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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새벽 대규모 공방전을 벌였다. 헤즈볼라가 1단계 보복을 완료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충돌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불구대천지 두 원수 사이에서 전면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여전하다. 확전 기로의 상황에서 과연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시작할 것인가. 중동에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스라엘의 또 다른 원수

레바논은 다양한 종교와 종파의 사람들이 거주해 '모자이크 국가'로 불린다.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수십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인구 균형이 급격히 깨졌다. 1970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요르단에서 쫓겨나 레바논으로 본부를 옮기자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의 갈등이 심화됐다.

결국 1975년 내전이 발생했다. 내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1982년 6월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군대를 몰아내겠다며 레바논을 침공했다. 제1차 레바논 전쟁이다.

이때 아랍어로 '신(神)의 당'이라는 의미의 헤즈볼라가 탄생했다. 재래식 군과 비정규군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무장단체가 탄생한 것이다. 시아파 무슬림 민병대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군과 싸웠다.

1985년 전쟁은 끝났지만 이스라엘은 2000년까지 레바논 남부에 계속 주둔하면서 헤즈볼라와 교전했다. 그 후 헤즈볼라는 정당까지 만들어 레바논 국회에 입성했다. 레바논의 합법 정당으로 정치권에 진출해 2018년 집권에 성공했다. 2022년 총선에선 의회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집권세력의 일원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지도자들의 언행일치가 헤즈볼라의 지지도를 지탱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의 경우 자신의 아들들을 모두 최전선에 내보내 싸우게 했다. 1997년 9월 당시 18세의 장남이 레바논 남부에서 전사하자 유명한 연설을 했다. "내 아들이 죽음으로써 자식을 잃은 수 많은 부모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게 됐다. 내 아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2006년 헤즈볼라가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하자 이스라엘은 다시 레바논 국경을 넘었다. 34일 동안 헤즈볼라와 전투를 벌였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군했다. 이것이 2차 레바논 전쟁이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번에 다시 레바논으로 진군하면 3번째 전쟁이 된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

헤즈볼라는 2011년 발발한 이웃나라 시리아 내전에도 개입하면서 실제 전투 능력을 강화시켰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은 것이다. CNN 방송은 헤즈볼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 무장된 비정부 세력이라고 평가했다.

헤즈볼라 병력은 최소 5만명으로 추정된다. 자금및 주요 무기 공급원은 이란이다. 무기는 이라크, 시리아를 통해 육로로 이송된다.

헤즈볼라의 핵심 공격 무기는 로켓과 미사일이다. 최대 사거리 40㎞ 안팎의 카추샤 로켓이 주력이지만, 최대 100㎞까지 날아가는 시리아산 카이바르-1 미사일, 최대 사거리 300㎞에 달하는 이란산 지대지 탄도미사일 파테흐-110 등으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넘어 시나이반도까지 날아갈 수 있는 최대 사거리 500km의 스커드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드론도 이란의 지원을 받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헤즈볼라가 보유 중인 드론 샤헤드-129 기종의 최대 비행거리는 2000㎞에 달한다. 이스라엘과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헤즈볼라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고 아껴왔던 더 위협적인 무기를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이를 보면 헤즈볼라는 하마스에 비해 월등한 무장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첨단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과는 차이가 크다. 이스라엘은 공군력, 정보력 측면에서 절대 우위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헤즈볼라는 세계 최강 비정규군으로 불린다. 현시점에선 이스라엘에게는 가장 까다로운 상대일 것이다.

◇여전히 살얼음판

현재 양측은 모두 지난달 25일의 '작전'이 성공했다고 자평하면서 무력충돌을 멈춘 상태다. 충돌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전 세계는 양측의 추가 공격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무위로 끝났다. 아무도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의 방어적 대응 전략을 접고 레바논 침공 계획과 훈련까지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전쟁을 키워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는게 네탸야후 총리의 속내다. 이를 감안하면 이스라엘은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적 해결 노력이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면 곧바로 국경을 넘어 레바논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테러 기반을 파괴한다는 명분으로 전선을 서안지구로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맹방 미국은 이 전쟁이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보인다. 한쪽으론 휴전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쪽으론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점을 보면 그렇다.

헤즈볼라의 배후인 이란은 당초 천명했던 '복수'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 이번 사태를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어떻게 극대화할지 고민하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복수를 하지않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과 그 대리세력들에 의한 이스라엘 공격 위협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한다.

분명한 것은 헤즈볼라의 힘이 점점 세질수록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발발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 경우 중동 정세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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