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갇혔던 65억 잠수함, 다시 출항할 수 있을까… 마지막 기회는 왜 SSG에도 중요한가

김태우 기자 2024. 8. 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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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군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박종훈은 9월 1일 엔트리 확장에 맞춰 콜업될 수 있는 하나의 후보로 뽑힌다 ⓒSSG랜더스
▲ 묵묵하게 1군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박종훈은 퓨처스리그 14경기에 나가 72⅔이닝을 던지며 7승3패 평균자책점 1.98의 호성적을 거뒀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올 시즌 SSG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에 머물고 있는 건 역시 선발진의 부진이 크다. 거의 대다수 선수들이 기대에 못 미친다. 선발이 무너지니 경기 결과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불펜 부하도 가중되고 있다. 지친 불펜은 8월에 그 민낯을 드러내면서 팀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외국인 투수 로버트 더거가 기량 미달로 일찌감치 퇴출된 가운데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복사근 부상으로 한 달 이상을 쉬었다. 김광현 오원석 송영진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발진도 모두 기대보다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여기서 하나 더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올해 재기를 별렀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2군에 머물고 있는 언더핸드 박종훈(33)이다.

시즌 전 캠프에서는 큰 기대를 모았다. 혹독하게 감량했고, 가장 좋을 때의 모습과 최대한 비슷한 조건을 맞춰놓으려 했다. 캠프에서의 공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숭용 SSG 감독은 박종훈의 재기를 장담하면서 일찌감치 4선발로 낙점했다. 팔꿈치 수술 이후 시간이 꽤 지났고, 선수도 열심히 준비했고, 커브는 ABS와 궁합이 잘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시즌 프리뷰는 꽤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1군 9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7.71에 그치면서 모든 전망은 잿더미가 됐다. 1군과 2군을 오가며 분투했고, 이 감독도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려 노력했다. 박종훈을 위한 맞춤형 일정을 준비하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실적이 나오지 않는데 계속 대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박종훈은 6월 16일 한화전에서 2⅔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계속 2군에 머물고 있다. 예상보다 2군 생활이 길어지면서 구단 2군 시설이 위치한 강화도에 갇혔다.

다만 조만간 1군에 올라와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2군 성적이 좋다. 퓨처스리그 14경기에 나가 72⅔이닝을 던지며 7승3패 평균자책점 1.98의 호성적을 거뒀다. 2군 성적이기는 하지만, 1군 콜업의 기준 중 하나가 2군 성적임을 고려하면 못 올라올 것도 없는 상황이다. 엔트리가 확장되는 9월에는 유력한 콜업 후보다. 오히려 이 성적에 못 올라오면 그 또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

이숭용 감독도 박종훈이 콜업 후보 중 하나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29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종훈이도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불펜 쪽에서 조금씩 던져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2군에서도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퓨처스팀 관계자들도 박종훈이 낙담하지 않고 성실하게 경기에 나가며 1군 복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감독은 “엔트리가 늘어나면 각 파트별로 의견을 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미팅을 한 번 할 것이다. 2군에서 제일 좋은 퍼포먼스를 올린 선수들을 올려야 2군에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조만간 회의를 통해 콜업 대상자를 결정할 것이라 예고했다.

▲ 박종훈이 시즌 마지막에라도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SSG의 잔여 경기 일정에 큰 도움이 됨은 물론 구단의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SSG랜더스

마운드 사정이 어려워지자 SSG는 박종훈을 불펜에서 써볼 구상을 하고 지금껏 준비해 왔다. 이 감독도 올라온다면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SG 잔여경기 일정을 보면 일주일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일정은 네 명의 선발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 두 명(드류 앤더슨·로에니스 엘리아스)과 김광현은 로테이션대로 들어가고, 상대 전적을 보고 오원석과 송영진 중 하나를 맞춤형으로 넣을 계획이다. 당장 선발 투수가 더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마운드 총력전을 하다보면 선발이 일찍 내려가고 길게 던져줄 선수가 필요할 때도 있다. 현재 SSG 불펜에서 가장 길게 던질 수 있는 유형의 선수는 장지훈 정도인데 2이닝 정도가 한계다. 그 이상을 소화해야 할 상황이 되면 박종훈 카드가 현실적일 수 있다.

2017년 12승, 2018년 14승, 2020년 13승을 거두는 등 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선발 요원인 박종훈은 2021년 시즌이 끝난 뒤 5년 총액 65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했다. 2021년 시즌 중반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었지만 SSG는 박종훈의 재기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2022년에 연봉을 몰아줌으로써 2023년부터 시행될 샐러리캡 문제를 피해가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계약 이후 부진하다. 나태해졌다고 지적하는 이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성실하게 준비를 했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2022년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00, 지난해에는 18경기애서 평균자책점 6.19로 부진했고 올해도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ABS가 옆구리 유형 투수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불리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또 직격탄을 맞았다.

다만 오원석 송영진이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가운데 결국 박종훈이 계약 기간 내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존재한다. 구단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이를 테면 박종훈이 반등 가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면, 아직 군에 가지 않은 선수들을 순차적으로 보낼 수 있다. 반대로 아니라면 계약 기간이 2년 남은 박종훈의 활용법을 아예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박종훈이 내년 선발진의 그림에 극적으로 포함될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의 경기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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