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떻게 해야되나" 尹 회견 중 격정토로…여야 반응 엇갈려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차분한 답변을 이어 나가던 윤석열 대통령의 목소리가 커졌다.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로 의료 공백이 생긴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기자가 '정치권에서도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조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입장이 어떤가'라고 묻자 "지금부터 시작해도 10~15년 지나서야 소위 의사 공급이 추가되는 거라서 부득이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의사 단체에게도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얘기했다. 쭉 소통해 왔다. 다만 통일된 의견이 도출이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그럼 도출될 때까지 기다릴 순 없지 않나. 답을 내놓으면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며 "근데 그게 없다. 무조건 안 된다는 거다. (의사들이) 오히려 줄여라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도 노력하고 국민들께서 강력 지지해주시면 저는 비상 진료 체계를 의사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며 "그동안 정부가 (의료개혁을) 안 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국민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일해야 할 때가 왔다. 여러분도 좀 좋은 의견을 내주시고 의료개혁이 성공하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정책 관련 질문에 감정을 담아 답하던 윤 대통령은 정치 현안 관련 질문에는 차분함을 유지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당정 간 전혀 문제가 없다"며 "다양한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답변 시간은 의료개혁 질문에 비해 약 6분의1 수준으로 짧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될지 용산에서도 참모들이랑 많이 논의하고 있다"며 "제가 이때까지 바라보던 국회하고는 너무 달라서 저도 좀 한번 깊게 생각해보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답변에서 한 번도 한 대표와 이 대표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42분간 국정 브리핑을 먼저 진행한 뒤 오전 11시48분부터 약 82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정 브리핑에서는 세대 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 자동 안정 장치 도입,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등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생을 살리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적극적 의지가 반영된 브리핑"이라고 평가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와 민생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됐고 특히 연금·노동·의료·교육개혁, 저출생 위기 극복 등 핵심 개혁 과제를 소상히 설명했다"며 "무엇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과 약자 복지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민생 살리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연금개혁은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초연금 강화와 군 복무자와 출산 여성에 대한 연금 혜택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며 "의료개혁에 있어서도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맞췄다는 점과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실효적인 대책도 피력했다. 이제 정치권이 화답할 때.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해 신속히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야당은 "국민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자화자찬만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에선 고통받는 민생과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회복할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수석대변인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민생과 의료대란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과 고통에 대해서는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일방통행식 국정브리핑이 진행됐다"며 "윤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오기만 재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밝힌 '4대 개혁'(연금개혁·의료개혁·교육개혁·노동개혁)의 방향도 추상적이고 말만 번드르르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개혁의 내용은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서 자료집 두께만 내세우는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라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의료붕괴로 온 나라가 비상인데 비상응급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니,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순직해병 수사외압 사건에서 대통령실 개입 정황이 속속 확인되는데 오히려 실체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하는 주장도 기가 막힌다"고 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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