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받으러 부산 다녀올게”...다급해진 수요자들 ‘이곳’ 몰렸다
8월 말 기준 3.65~6.05%로 올라가
상호금융 특판에 시중銀보다 낮기도
지방銀 “수요몰려 다른 영업점으로”
29일 5대 은행의 8월 주담대를 분석할 결과 이달 들어 25일까지 하루(영업일) 평균 증가폭은 4261억원이었는데, 26~28일에는 523억원으로 급감했다. 최근들어 당국의 주문으로 총량을 관리하는 태세에 돌입해 심사를 강화한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KB국·하·신·우·NH농협)은 7월 이후 22차례나 주담대 금리를 올렸지만 대출 증가세를 꺾는데 큰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금리가 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돼 대출 받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수는 있었지만, 이를 감내하기로 소비자가 마음을 먹으면 일단 대출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대출을 엄격하게 내어주는 심사강화와는 결이 다르다. 은행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아예 대출을 내어주지 않거나, 대출 한도를 확 줄여 내주기로 하면서 일단 금융당국이 목표로 하는 대출 잔액 증가세 둔화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다양한 총량 관리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통해 소득 안정성까지 감안해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수도권 소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장대출기간을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일괄 축소하고, 거치식 주담대 운영을 중단했다. 또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 제한, 타행 전세자금대출 대환 금지, 마이너스통장 한도 제한,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우리은행 역시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목적 주담대 한도를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고, 갭투자 방지를 위해 전세대출을 조건부로만 취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총량관리에 따른 심사 강화에 대한 실수요자 불만도 나온다. 심사과정에서 대출액이 줄어들거나 대출실행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 게 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당장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한도가 줄어들어 8월로 매매계약 시점을 잡았던 사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강화된 은행 대출 심사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달 중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임차인 요청에 따라 잔금 시기를 12월로 설정해둔 A씨는 은행의 강화된 대출규제로 대출 한도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최소 5500만원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신규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제한하면서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5500만원 정도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당국 눈치를 보며 대출심사를 강화하자 상대적으로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지방은행이나 상호금융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신협·새마을금고의 경우 아예 시중은행에서 원하는 한도와 금리를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겨냥한 특판까지 판매하고 나섰다. 이런 특판 상품의 경우 주담대 최저 금리도 시중은행과 비교해 0.1~0.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거나 더 낮은 경우까지 발생했다. 29일 기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5년 주기형 기준)는 3.65~6.05%인데, 지방은행은 3.25~4.83%였다. 특판 한정이긴 하지만 상호금융도 금리 하단이 3.5~3.7%에 형성됐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면·비대면 주담대 수요가 몰려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인 지점도 있다”며 “주담대 한도가 모두 찬 영업점은 고객에게 다른 영업점에 가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많았다”고 말했다.
상호금융권에서도 금리가 낮은 사례가 발견됐다. 경기도의 한 신협은 7월 초부터 특판으로 아파트담보대출은 최저 연 3.50%에 제공하고 있다. 7월 초는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수차례 올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해당 신협 관계자는 “아파트에 대해서 최저 3.50%의 특판을 진행 중이다”라며 “한도가 소진될 때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에서도 이같은 특판이 진행됐다. 수도권의 한 신협과 경상남도의 한 신협은 특판을 제공하면서 3.70%로 주담대를 내줬다. 1억원 이상 대출 시 전북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3.50~4.50%로 낮은 편이다.
다만 지방은행들은 주담대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자 최근엔 금리를 조금씩 인상하는 분위기다. BNK경남은행은 26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소폭 인상했고, BNK부산은행도 27일부터 우대금리를 0.4%포인트 줄였다. BNK부산은행이 8월 초 1조원 한도로 판매했던 주담대 특판은 ‘완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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