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파 전형’ 친일 글 알고도…세금 들여 전집 내려 한 대전문학관

최예린 기자 2024. 8. 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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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학관'이 시민 세금으로 일제강점기 다수의 친일 글을 쓴 '춘파 전형'이란 시인의 전집을 발간하려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대전시 산하 대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전문학관은 올해 시로부터 예산 5천만원을 받아 춘파 전형의 전집을 발간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대전문학관과 대전문화재단은 지난 7월 전형의 친일 글에 대해 알게 됐지만, 사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또 대전문학관 쪽은 대전시에 전형의 친일 글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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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뒤늦게 알고 “사업 전면 중단”
왼쪽부터 춘파 전형이 창씨개명한 도쿠다 가오루란 이름으로 친일 잡지에 기고한 글인 ‘전쟁의 모럴’(1942, 국민문학), ‘아시아의 문화 통일과 그 성격’(1942, 조광), ‘만주 문학의 소망’(1943). 박수연 제공

‘대전문학관’이 시민 세금으로 일제강점기 다수의 친일 글을 쓴 ‘춘파 전형’이란 시인의 전집을 발간하려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대전시는 곧바로 전집 발간 사업을 중단했다.

대전시 산하 대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전문학관은 올해 시로부터 예산 5천만원을 받아 춘파 전형의 전집을 발간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1907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춘파 전형은 일제강점기에 매일신문사와 조선중앙일보 기자로 일하며 시·산문·문학평론 등을 쓴 작가다. 젊은 시절 서울에서 이육사·정지용 등 당대 유명 문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작품 활동을 했다. 해방 뒤 대전에서 대전문화원장과 호서문학회장 등을 역임한 지역 문학계 주요 인사였지만, 본인의 작품을 묶은 책을 단 1권도 남기지 않은 채 1980년 생을 마감했다.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전형을 끄집어낸 건 대전 지역 일부 문인이었다. 해방 전 시기 대전을 대표할 만한 작가가 전무한 상황에서 ‘전형을 재평가하고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대전문학관은 개관 이래 첫 전집으로 ‘전형 전집’을 만들기 위해 시에서 사업비를 따왔다.

문제는 사업 중간에 드러났다. 전형이 창씨개명한 ‘도쿠다 가오루’라는 이름으로 1942년부터 여러 편의 친일 평론을 쓴 것이 확인된 것이다. 전형은 1942년 ‘국민문학’ 잡지에 중일전쟁을 정당화하며 문학이 전쟁에 기여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쟁의 모럴’ 등 평론을 발표했다. 같은 해 ‘조광’에는 동아신질서론을 토대로 일본국의 새로운 탄생과 문화적 통일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아시아의 문화 통일과 그 성격’을, 1943년엔 ‘국민문학’에 일본의 전쟁과 통치를 긍정하는 ‘만주 문학의 소망’과 ‘문학의 시련’ 등을 실었다. 국민문학은 1941년 조선 문단을 전시 동원 체제에 이용하려는 총독부 정책에 호응해 창간된 문학잡지이고, 조광은 1940년대 일제 침략전쟁을 지지하고 찬양하는 작품과 논문을 실어 친일 잡지로 전락한 조선일보의 월간 잡지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박수연 충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문학평론가)가 지금까지 확인한 친일 평론만 20편이 넘는다.

대전문학관과 대전문화재단은 지난 7월 전형의 친일 글에 대해 알게 됐지만, 사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또 대전문학관 쪽은 대전시에 전형의 친일 글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 “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도 관련 사실을 몰랐다”는 게 대전문학관 실무진의 설명이다. 이달 중순 이장우 대전시장은 “사업 전면 중단”을 지시했다.

박 교수는 “친일문학은 한 작가의 생애 전체의 맥락과 당대의 시대 상황을 함께 놓고 다층적으로 바라봐야 하고, 그것을 통해 극복해 넘어가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한 문인의 생애를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려면 잘한 것, 잘못한 것을 모두 함께 봐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친일 이력이 있는 작가의 전집을 만드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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