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갈등 “조명으로 대체해야” “불놓기 되살려야”
산불 위험·기후위기 역행
도 ‘빛의 축제’ 전환 계획
주민들 조례 발의로 맞서
“고유의 풍속 사라질 위기”
제주시가 ‘불놓기’를 뺀 새로운 제주들불축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들이 불을 놓는 기존 방식으로 축제를 되살리는 내용의 주민조례를 발의하면서 ‘오름 불놓기’ 논란이 재점화됐다.
29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도민 1283명의 서명으로 청구된 ‘제주특별자치도 정월대보름 들불 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 23일 발의됐다.
이 조례안은 매년 정월대보름 전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목초지 불놓기, 달집태우기, 불 깡통 돌리기, 민속놀이 등을 하며 들불축제를 개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기존 방식으로 들불축제를 열자는 것으로, 개최 시기만 경칩이 속하는 주말에서 정월대보름으로 바꿨다.
청구인들은 조례 제안 배경으로 “제주고유의 정월대보름 세시 풍속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면서 “전통적인 방애(봄이 오기 전 해충을 없애기 위해 들판에 불을 놓는 제주 풍습)를 연상케 하고 소원성취와 무사안녕을 비는 정월대보름 축제를 지속 가능한 축제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제주시가 불놓기를 빼고 빛과 조명, 미디어월 등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으로 준비 중인 들불축제 개선안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이다.
제주시는 도민이 참여하는 숙의형 원탁회의 등을 거쳐 지난 6월 불놓기 대신 빛의 축제로 전환하는 들불축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내년 개최를 목표로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건조한 시기인 3월에 불을 가지고 각종 행사를 연다는 점에서 산불 발생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오름에 인위적으로 기름을 뿌려 불을 냄으로써 환경훼손과 오염이 발생하고, 대량의 탄소를 배출해 기후위기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컸다. 결국 들불축제 존폐 논란으로 번졌고, 올해 축제는 개최하지 않았다.
그러나 축제의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주민 조례가 발의되면서 내년 축제 개최 여부, 축제 방식은 또다시 안갯속에 쌓이게 됐다. 제주시는 우선 도의회 심의 결과를 보면서 이후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의회는 주민 조례안에 대한 비용추계, 제주도 의견 접수 등의 과정을 거친 후 10월 임시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해당 조례안을 심사할 고태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은 “들불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축제로 지정되는 등 27년 이상 열렸음에도 축제의 메인 콘텐츠(불놓기) 폐지가 추진되고 이를 되살리기 위해 주민조례까지 발의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그간 들불축제에 오름 불놓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오영훈 제주지사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실어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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