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만삭 임산부, 유괴살해 하고도 전 남친 불러 파티 [뉴스속오늘]
살해범 부모, 극악 범죄 저지른 딸에게 "자살해라" 권유
1997년 8월30일. 영어학원 수업이 끝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2학년 박초롱초롱빛나리(8)가 유괴당했다. 아이는 "재밌는 곳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말하는 20대 여성의 말에 한 지하 창고로 함께 들어갔다가 결국 나오지 못했다.
범인은 부모에게 전화로 수천만원대의 돈을 요구했다. 14일 만에 검거된 범인은 20대 만삭의 임산부 전현주(당시 28세·현재 55세)로 밝혀졌다. 전씨는 생활고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유괴 당일 전씨는 피해 아동 부모에게 공중전화로 총 3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었다. 전씨는 부모에게 2000만원의 몸값을 요구한 뒤 피해 아동에게 수면제를 사탕이라고 속여 먹이고 재웠다. 아이가 일어나 울며 보채자 전씨는 아이를 교살했다. 이후 아이가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긴 뒤 시신을 등산용 배낭에 담아 창고 출입구 쪽 계단 밑에 방치했다.
살해 후에도 전씨는 피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하는 악랄함을 보였다. 세 번째 통화의 발신지 추적으로 경찰은 전씨가 있던 명동의 커피숍을 검문했으나 전씨가 당시 임신 8개월의 임신부였기에 용의자에서 제외하는 실수를 범했다. 전씨는 현장에 자신의 대학 후배들을 불러내 수색 중이던 경찰에게 자신의 편을 들게 하기도 했다.
이후 전씨는 통화내역으로 꼬리가 잡혀 신고당했고 유괴사건 발생 14일만인 9월12일 경찰에 붙잡혔다. 신고자는 전씨의 아버지였다.
다만 그는 사치와 낭비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해 2월 웨딩마치를 울렸던 전씨는 결혼 후 3000만원의 빚더미에 앉자 채무 변제를 위해 유괴를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함께 피해 아이를 살해한 당일, 전 남자친구를 모텔로 불러 파티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전씨의 자백으로 경찰이 창고 수색에 나섰고 등산용 가방에서 심하게 부패한 피해 아동의 시신이 발견됐다. 눈과 입엔 청테이프가 붙어있었다.
정신과 측은 전씨가 연극성 성격장애가 있다고 밝혔다. 전씨의 남편은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씨의 현장검증에서 남편은 "현주야, 너 아니잖아. 시키는 대로 했잖아"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검거된 뒤 전씨의 자술서에 따르면 전씨의 부모는 검거 전 딸에게 5번이나 극단적 선택을 권유했다. 부모는 전씨에게 '속죄하는 길은 죽음뿐이고 자신들도 곧 따라갈 테니 두려워하지 말라'며 약국에서 직접 살충제를 구입해 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소 수감 후 딸을 낳은 전씨는 "교도소에서 살아보니 교도소도 사람이 살아갈 만한 곳"이라며 "모든 죄수가 내 아이를 보고 싶어 한다.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져 비난받았다.
교도소에서는 18개월까지 아이를 키울 수 있으며, 분유나 기저귀 등 필요한 물품은 나라에서 지원한다. 아이는 이후 미국으로 입양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이 되기 전 가족에게 "만약 제가 아이를 낳고 죽는다면 아이에게는 절대로 제 얘기를 하지 마라. 혹시라도 스스로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끔찍한 유괴 살인사건 이후 학부모들 사이에는 불안심리가 퍼졌다. 부모들은 자가용으로 직접 아이들을 데려다주거나 카풀을 꾸리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마아라 기자 aradazz@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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