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경고 "`의료개혁 10년 뒤` 위해 `지금 죽어도 좋다`할 환자·가족 없어"
"정부·의사, 우리 부모·형제·자녀·이웃 지키기 위해 존재" 강대강 대치 해소 촉구
난치병 환자 어려움 가중도 전해…박상수·박은식 5일 첫목회 토론 예고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기존 연 3058명) 대폭 증원을 비롯한 의료패키지 정책 강행을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 일각에서 "'10년 뒤의 개혁 효과'를 위해 '지금 죽어도 좋다'고 말할 환자와 가족들은 없을 것"이란 강도 높은 경고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 기자회견에서 "정부도 노력하고 국민께서 강력히 지지해주시면 비상진료체계가 의사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입장을 고수한 터다.
중견 언론인 출신의 친한(親한동훈)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으로 "'모든 개혁엔 부작용과 고통이 뒤따르니 버텨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려있는 의료문제를 '개혁'이란 이름으로 무작정 밀어붙일 수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0년 3월20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의 코로나19 확산 계기 대국민담화 중 "지금 현재도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매우 심각한 증상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병원으로 실려 오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통계적인 숫자가 아니라 우리의 아버지·할아버지·어머니·할머니·연인, 바로 사람들"이란 발언을 소개했다.
이어 "의료 공백이 시작된 지 6개월이 훌쩍 지났다. 전공의 1만3531명 중 8.8%인 1188명만이 근무하고 있다"며 "의료 인력의 40%를 차지하던 전공의 공백으로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나타난다. 국내 간 이식 약 40%를 담당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올해 2월부터 지금까지 간 이식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39%가 줄었다"고 전했다.
또 "내년 2월까지 이식 대기자가 줄을 섰는데, 석달이던 대기 기간이 6개월로 2배가 됐다. 병원 측은 '2월에서 8월까지 최소한 10명 이상이 대기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게 아산 병원만의 일은 아니겠다"고 말했다. 지방과 서울 종합병원에서 '응급실 셧다운'이 잇따른 것 외에도 수술 차질이 잇따랐단 것이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정부와 의사들은 사실은 존재 이유와 목적이 똑같다.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환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의 부모, 형제, 자녀들과 이웃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개혁이니까 절대 물러설 수 없다'거나 '증원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총선(22대)출마자 소장파 모임 '첫목회' 소속인 박상수 대변인도 29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인 7월부터 응급의료위기 문제를 차분히 검토해왔다"며 희귀병인 루푸스 환자 진료위기 상황을 전했다. "워낙 희귀한 병이라 환우들끼리 카페 등에서 치료 정보를 나누며 상부상조하고 있다"고 했다.
박상수 대변인은 루푸스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심각한 신장 손상을 야기할 수 있지만 상급종합병원 진료로 관리가 가능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카페에서 최근 이상 증언들이 나타난다. 전공의 이탈 등이 진행된 후 대부분의 상급병원에서 기존 환자만 진료하고 신규 환자는 진료 자체를 안한다는 이야기들"이라고 했다.
신규 환자들이 진료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을 전하면서 그는, 첫목회가 다음달 5일 오후 7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응급의료위기 현장 목소리를 듣는 토론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발제자로는 내과 전문의이자 광주 출마자였던 박은식 전 비상대책위원,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를 지낸 김이연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나서기로 했다.
박 대변인은 "의료개혁 대의와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나는 사람을 살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하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며 "의료개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알릴 생각"이라면서 "하고 싶은 말 하려고 정치를 시작했다. 정치를 오래 못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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