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1년

강도원 기자 2024. 8. 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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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희 제주대 전기에너지공학과 교수
정만희 교수
[서울경제]

‘청정 제주’ ‘아름다운 제주 바다’

언제 들어도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하는 말이다. 2018년 제주대에 부임한 뒤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이기도 하다. 이런 수식어에 걸맞은 환경이 지금껏 유지되는 데는 오랜 기간 제주도민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6년 차 제주도민으로서 제주도의 자연환경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제주도는 지난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가장 많은 걱정과 우려를 나타냈던 지역 중 한 곳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해류의 흐름을 타고 국내 해역에 도달할 때 처음 맞닥뜨리는 해역이 제주 주변일 수 있어서다.

제주 도민이자 과학자로서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대학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뒤 한국원자력연구원을 거쳐 미국 미시간대 원자핵공학과 연구원으로 있다가 2018년부터 제주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20년 이상 방사선 계측에 필요한 센서와 장비를 개발하고 방사능 분석을 진행해 왔다.

2021년에는 방사선원을 영상화할 수 있는 휴대용 장비를 개발해 국내와 미국 특허를 등록했다. 우라늄·플루토늄과 같은 특수핵물질에서 방출되는 중성자와 감마선을 동시에 구분하고 이들 정보를 이용해 영상으로 보여줘 은닉된 핵물질을 가시화하는 장비다. 작업자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 2022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표창도 받았다.

이런 경력 덕분인지 지금은 제주 지방방사능측정소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를 포함해 현재 15개 지역에서 지방방사능측정소가 운영 중이다. 방사능에 의한 환경 영향을 더욱 촘촘하게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것이 지방방사능측정소의 역할이다.

국민 대다수가 크게 우려하는 것은 먹거리 안전일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식품 및 음료 등에 포함된 중금속이나 발암물질 검사와 함께 환경과 식품 등에 대한 방사능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 부처와 민간 기관에서 함께 노력하고 있다. 과학자로서 제주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방사능 분석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에 평균 한 건꼴로 각종 시료들을 분석했다. 제주도, 제주개발공사, 제주연구원, 제주상하수도본부, 제주용암해수센터 등 다수 공공기관들이 제주도 인근 연안의 해수와 용암해수(염지하수), 지하수 등의 시료 분석을 요청했다. 오설록 등 제주도를 대표하는 식품 기업은 식품 시료 분석도 의뢰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한 해 분석한 시료가 240여 건에 이른다.

세슘-134, 세슘-137과 같은 방사성 핵종은 감마 핵종으로 분류되는데, 해수나 지하수 시료를 전처리한 뒤 8만 초 동안 측정해 방사능 농도를 분석한다. 시료 1kg당 0.5mBq(밀리베크렐)까지 잡아낼 수 있는 수준으로 농도를 분석했다. 분석이 완료된 후에는 분석 결과가 담긴 성적서를 발행했다. 물론 스트론튬-90처럼 분석이 끝나는 데 한 달씩 걸리는 방사성 핵종도 있지만, 분석이 끝나는 대로 신속하게 결과를 공개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노력하고 있다. 삼중수소도 분석이 끝나는 대로 농도를 공개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다행히 방류 전과 비교해 시료의 방사능 농도에서 특이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분량의 시료를 분석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지금까지 방사성 핵종의 농도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분석 작업을 계속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물론이다. 과거의 결과가 있어야 현재의 상황을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료의 방사능 농도를 꾸준하게 측정해야지만, 만에 하나라도 유의미한 방사능 농도 변화가 나타날 경우 신속하게 잡아낼 수 있다. 이것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모니터링하는 가장 중요한 의미일 것이다. 제주도민이자 이 지역 환경방사능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는 과학자로서 국민 안전을 위한 행위는 부족한 것보다는 오히려 과한 것이 낫다고 본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후쿠시마 사고 원전의 해체 및 복구가 완료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앞으로도 장기간 모니터링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방사능 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이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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