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지구’가 아니라 ‘연인 지구’를 상상하자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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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은 생태문학비평으로 알려진 그레타 가드(미국 위스콘신대학 영문학과 교수)의 2017년 저작이다.
이 저작에서 가드는 기존의 에코페미니즘 이론에 동물권 이론, 비거니즘, 섹슈얼리티 이론, 퀴어 이론을 접합하고, 비인간 행위자의 능동성에 주목하는 신유물론을 결합해 새로운 에코페미니즘 이론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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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에코페미니즘
그레타 가드 지음, 김현미 노고운 박혜영 이윤숙 황선애 옮김 l 창비 l 2만5000원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은 생태문학비평으로 알려진 그레타 가드(미국 위스콘신대학 영문학과 교수)의 2017년 저작이다. 이 저작에서 가드는 기존의 에코페미니즘 이론에 동물권 이론, 비거니즘, 섹슈얼리티 이론, 퀴어 이론을 접합하고, 비인간 행위자의 능동성에 주목하는 신유물론을 결합해 새로운 에코페미니즘 이론을 제시한다. 국내에 번역된 마리아 미즈와 반다나 시바의 ‘에코페미니즘’의 뒤를 잇는, 한층 더 급진적이고 비판적인 에코페미니즘이라고 할 만하다.
에코페미니즘은 생태주의와 페미니즘을 통합적으로 사유함으로써 삶의 대안을 제시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1974년 페미니스트 프랑수아즈 도본이 ‘페미니즘인가 파멸인가’에서 처음 제시했다. 이 책에서 도본은 남성중심 체제가 지구자원 파괴의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이후 에코페미니즘은 여성을 자연과 한편에 묶어서 열등한 지배대상으로 인식한 서구 이원론을 가부장제·군사주의·개발주의와 함께 비판했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지닌 모성 능력과 돌봄 능력에 생태 위기를 해결할 잠재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나아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여신의 영성’을 되살리고 생명·돌봄·연대 같은 ‘여성적 가치’로 새로운 삶의 양식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이런 주장은 여성의 고유한 생물학적 특성에서 생태 위기를 극복할 길을 찾는다는 점에서 ‘본질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마리아 미즈와 반다나 시바는 1993년 펴낸 ‘에코페미니즘’에서 이런 본질주의를 비판하고, 여성이 계급·인종·섹슈얼리티에 따라 구획되고 억압받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상품화를 이끌어온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변혁적 페미니즘을 주창했다. 여성 억압과 생태 위기가 식민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 가부장제 세계체제의 결과임을 지적하면서 ‘사회주의 에코페미니즘’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가드의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은 이런 논의를 급진적으로 재해석하고 확장한다. 이때 가드가 이론의 기반으로 삼는 것이 오스트레일리아 페미니즘 생태철학자 발 플럼우드의 저작이다. 플럼우드는 자신이 악어에게 잡아먹힐 뻔한 경험을 이야기한 ‘악어의 눈’으로도 국내에 알려진 작가다. 플럼우드의 에코페미니즘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지구타자’(earthothers)라고 표현한다. 지구타자에는 동물과 식물뿐만 아니라 인간도 포함된다. 이 지구타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먹고 먹힘으로써 몸으로 얽힌 존재다. 공기와 물을 비롯해 지구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은 서로의 몸을 가로지르며 관계를 맺어간다. 지구타자들은 행위자로서 소통 능력을 지니고 삶을 공동으로 구성하고 공동으로 생산하는 반려자다.
가드는 플럼우드의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삼아 기존 에코페미니즘 이론을 재해석하고 여기에 ‘종간 정의’(생물종과 생물종 사이의 정의), 퀴어 에로티시즘, 동물 연구와 식물 연구, 포스트휴머니즘, 신유물론적 페미니즘 같은 최근 논의를 폭넓게 받아들여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을 구축한다. 그 구축의 결과가 이 책이다. 이 책에서 가드는 국가주의·식민주의·계급주의·종차별 같은 반생태적인 기획을 비판하고, 인류가 ‘인간 정복자’가 아닌 ‘생물적 시민’이 되는 길을 제시한다. 또 지구를 상상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유력하게 통용됐던 ‘어머니 메타포’를 ‘연인 메타포’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지구는 인간을 품어 살리는 어머니가 아니라 모든 복수종이 사랑으로 어우러지는 생명의 연인이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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