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가을 무릎 ―회고
한겨레 2024. 8. 30. 05:06
무릎을 세우고
그 무릎에 가만히 무심의
턱을 고이는 데는
가을이 다 스친다
오늘은 그대의 옛일을 들어주려
난 어제의 술을 절반만 마시고 돌아와
그대가 세운 무릎을 눌러 머릴 누인다
한낮 풀벌레 소리가
쏟아지는 햇빛 속으로
슬픈 참견을 나선다
어쩐지 그대 무릎엔
이쁜 주름이 판친다
무릎을 펴고
그 무릎 위에 내 회고의 머리를
다시 누이는 데는
가을이 다 걸린다
-유종인의 시집 ‘그대를 바라는 일이 언덕이 되었다’(문학동네시인선 21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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