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를 살리는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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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고 살리고.
이렇게 셔틀콕은 땅에 떨어지고 게임은 끝나는 것일까.
'팡', 든든히 아래에서 받치고 있던 나무 선수가 있었다.
나무 선수가 힘껏 쳐내며 셔틀콕을 아슬아슬하게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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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연결·연대 이야기로
고양이·오리·나무·두더지…
작은 존재들의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이나래 지음 l 향출판사 l 1만8000원
살리고 살리고. 땅에 닿아 죽을 뻔한 공을 살리고, 선을 넘어가 아웃될 뻔한 공을 살리고. 운동을 하다가 무심코 내뱉는 ‘살리고’란 말,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사실은 아름다운 말이었다.
이나래 작가가 지은 ‘살리고 살리고’는 배드민턴을 통해 ‘살리고’의 의미를 짚어내는 그림책이다. ‘통’ 누군가 쳐넘긴 배드민턴 셔틀콕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자는 줄 알았던 고양이가 넘어온 셔틀콕을 꼬리 힘으로 쳐낸다. 이어 하늘 높이 솟은 건물 위의 누군가가 셔틀콕을 받아치고, 저수지의 오리가 조금 느리게 넘겨준다. 그다음 순서는 나무늘보. 나무늘보는 셔틀콕을 받아칠 수 있을까. ‘어…어…’ 더 느리게 넘겨줘야 했는지, 나무늘보는 지나가는 셔틀콕을 바라만 봤다. 이렇게 셔틀콕은 땅에 떨어지고 게임은 끝나는 것일까.
‘팡’, 든든히 아래에서 받치고 있던 나무 선수가 있었다. 나무 선수가 힘껏 쳐내며 셔틀콕을 아슬아슬하게 살려냈다. 그 뒤로도 셔틀콕은 숲속의 거미 선수, 산꼭대기의 구름 선수, 바다에 사는 파도 선수, 물 만난 꽃게 선수, 지구 밖 태양 선수가 등장해 랠리를 이어간다. ‘툭’ 이젠 땅에 떨어질 줄 알았던 셔틀콕은 땅 밖으로 “그냥 나왔을 뿐”인 두더지가 머리를 내밀어 또 살려낸다. 그렇게 누군가가 살리고, 살리고 이어간다.
이나래 작가는 “세상은 끝없이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의 시작도 끝도 알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들 덕분에 우리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살리고 살리고’의 의미를 짚었다. ‘살리고’가 잘하는 선수들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사람인지 동물인지 사물인지 알 수 없지만 ‘작은 존재’ 누군가의 도움으로 삶을 이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셈이다.
셔틀콕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보는 그림은 차분히 관찰하기 좋다. 많지 않은 글의 여백 안에서 작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겠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관심을 끈 배드민턴, 아이와 함께 한 게임을 하면서 ‘살리고 살리고’를 외치며 다시 음미해보자.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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