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SF와 인류학에서 길어올린 다른 삶을 위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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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결정돼 있고, 그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단, 정해진 미래를 개인의 선택으로 바꿀 수는 없고.
인류학에서 많이 다뤄온 차별, 불평등, 젠더, 생태·환경 등의 주제를 에스에프와 연결해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보기 위함이다.
지은이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불평등, 환경파괴 등 기존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넘어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삶도 가능하다는 상상"이라며 "그 원천을 인류학과 에스에프에서 찾고자 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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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정헌목·황의진 지음 l 반비 l 1만8000원
미래는 결정돼 있고, 그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단, 정해진 미래를 개인의 선택으로 바꿀 수는 없고. 에스에프(SF) 작가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는 이런 주제를 다룬다.
주인공인 언어학자는 지구에 온 외계 생명체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그들의 언어를 연구한다. 이들의 언어는 원인과 결과를 동시에 알아야만 하는 목적론적 세계관을 형성시킨다. 이로 인해 언어학자는 그들의 언어를 익히면서 대략 50년에 걸친 미래를 보는 능력을 얻게 된다. 인류학 연구자인 지은이들은 이것이 소설의 상상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언어가 문법구조를 통해 사고체계와 세계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류학계의 ‘사피어-워프 가설’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은이들은 운명과 자유의지까지 논의를 확장해 나간다.
어슐러 르 귄의 소설 ‘어둠의 왼손’은 일종의 발정기를 제외하면 성별이 발현되지 않는 ‘양성인의 세계’를 그려낸다. 지은이들은 성별을 제거하고 나면 착취와 전쟁이 없는 사회가 남는다는 이 작품의 사고실험 내용을 전하며,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성차에 주목해온 젠더 인류학과 연결지어 논의한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국내외 에스에프 작가들의 작품 8편을 인류학의 렌즈를 통해 읽는다. 인류학에서 많이 다뤄온 차별, 불평등, 젠더, 생태·환경 등의 주제를 에스에프와 연결해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보기 위함이다. 지은이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불평등, 환경파괴 등 기존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넘어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삶도 가능하다는 상상”이라며 “그 원천을 인류학과 에스에프에서 찾고자 했다”고 말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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