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파업 직전…‘아기 500여명이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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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의 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면, 매해 3월8일 여성 노동자에게 장미꽃을 건네던 노회찬 전 의원을 추억한다면 읽어봐야 할 책이 나왔다.
책은 51개 언어로 울려 퍼진 '총파업'의 외침을, 전설적인 파업 지도자 조지프 에터의 행적과 총칼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노동자 부대의 전투, 아이들을 로렌스시 바깥으로 떠나보내며 파업에 가담한 여성노동자의 활약상을 통해, 눈앞에 그리듯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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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브루스 왓슨 지음, 홍기빈 옮김 l 빵과 장미 l 2만9500원
켄 로치의 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면, 매해 3월8일 여성 노동자에게 장미꽃을 건네던 노회찬 전 의원을 추억한다면 읽어봐야 할 책이 나왔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브루스 왓슨이 쓴 ‘빵과 장미’다.
빵과 장미란 노동자의 생존과 존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구호다. 1911년 미국의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의 시구에서 출발한 이 구호는, 이듬해 매사추세츠주 로렌스시 파업 현장에서 울려 퍼지면서 지금의 상징성을 얻게 됐다.
로렌스시는 메리맥 강의 수력 에너지를 이용한 섬유산업의 메카였다. 특히 로렌스시의 상징과 같던 아메리칸모직에는 25㎞에 달하는 내부 통로에 1470개 동력 베틀을 돌리기 위해 전세계 51개국 출신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당시 자본주의 첨두였던 섬유산업의 탐욕이 누워 있는 바벨탑을 건설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바벨탑이 자리 잡은 곳은 유토피아 아닌 거대 빈민가의 중심부였다. 쓰레기와 하수로 가득 찬 골목, 방 두 칸짜리 아파트에 8~9명의 가족이 부대끼는 열악한 환경에 파업 직전 한 해 동안 첫 돌도 맞지 못한 아기들만 500명 넘게 숨을 거뒀다. 당시 자본과 보수언론은 극렬 좌파 노동조합이 파업을 조장했다고 공격했지만, 사실 노동자의 집마다 드리웠던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파업을 조직하고 지도한 선동가였던 셈이다.
책은 51개 언어로 울려 퍼진 ‘총파업’의 외침을, 전설적인 파업 지도자 조지프 에터의 행적과 총칼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노동자 부대의 전투, 아이들을 로렌스시 바깥으로 떠나보내며 파업에 가담한 여성노동자의 활약상을 통해, 눈앞에 그리듯 재현한다. 학술 서적이 아님에도 2천개가 넘는 인용 문헌과 각주를 달아가며 사실성을 담보한 노작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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