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초등생활 그림일기' 은꼼지 작가 "진짜 웹툰처럼 살아요"[만화iN]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2024. 8. 3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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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연애·결혼 일상툰 '결혼생활 그림일기' 데뷔
올 7월부터 육아툰 '초등생활 그림일기'로 신규 연재
30·40대 독자들 공감 자극…캐릭터 사업 혼자 '뚝딱'
'부부생활 그림일기'에 이어 '초등생활 그림일기'를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은꼼지 작가. 작가 제공


"웹툰 '결혼생활 그림일기'가 부부의 성장 일기라면 '초등생활 그림일기'는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에요. 많은 분들이 에피소드마다 공감해주시는데, 엄마로서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해요.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하는 행복을 알려주고 싶었죠."

네이버웹툰에서 지난 6월 '결혼생활 그림일기'를 완결하고 7월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한 '수랑이' 에피소드를 그린 '초등생활 그림일기' 연재를 시작한 은꼼지 작가는 복잡한 도심 아파트 생활을 접고 얼마 전 시골 전원주택 단지로 이주했다.

생활은 웹툰 속 그대로다. 매일 아침 아들 '수랑이'(캐릭터명)를 통학 버스에 태우기 위해 정신 없이 뛰쳐 나가는 엄마 '수달이'(은꼼지 작가). 세상 걱정 없는 '수랑이'의 학교 준비물과 과제를 챙기고, 동네 어르신이 내어준 땅에 옥수수와 고추를 심어보지만 망치기 일쑤다. 험난한 세상이 걱정인 아빠 '홀앙이'와 아이 교육 문제를 고민하고, 천진난만한 '수랑이'가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고군분투한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인 은꼼지 작가는 꿈꿨던 만화가가 되기까지 먼 길을 돌아와야 했다. 만화가 좋아 집에서 멀리 떨어진 애니메이션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외동딸을 멀리 보내고 싶지 않았던 부모님의 반대로 집에서 가까운 고등학교 디자인과에 진학했다. 그림을 그리는 비슷한 분야였지만 시각디자인이 영 맞지 않았다고 한다.

"입시미술을 하면서 친구들은 시각디자인과니까 자연스럽게 사물을 주로 그렸는데, 저는 꼭 동물을 그렸거든요. 추구하는 방향이 저에게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고민이 있던 시기였어요."

졸업 후 부모님에게서 독립하고 싶어 일부러 먼 지역으로 가 전공과 다른 다양한 직장 생활을 했지만 결국 만화가가 천직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8년 네이버웹툰 도전 만화를 거쳐 베스트 도전 만화까지 인기리에 단숨에 승격한 '결혼생활 그림일기'는 2020년 3월 네이버웹툰 정식 연재작으로 선정된다. 팬들의 탄탄한 지지 덕분이다.

은꼼지 작가 일상툰 작품. 네이버웹툰 갈무리


'수달이'와 '홀앙이'의 알콩달콩한 연애사, 결혼 후 부부 사이에 치열한 서열 싸움과 티키타카, '수랑이'가 태어나며 육아맘으로 변신해가는 과정 등 비슷한 또래 엄마 아빠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귀여운 캐릭터와 '수달이'의 '~에용' 어투가 작품에 중독성을 더했다.

은꼼지 작가가 전업 작가로 데뷔하기까지 지지해준 건 남편 '홀앙이'다. 은꼼지 작가는 "웹툰 '결혼생활 그림일기' 프롤로그처럼 소개팅으로 만난 지 30분 만에 결혼을 결심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듬직한 남편이었고, 아들 '수랑이'는 육아맘 작가가 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고 했다.  

'결혼생활 그림일기'를 최근 완결하고 올 7월부터 새 연재 웹툰 '초등생활 그림일기'를 연재하며 30·40대 독자와 육아맘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은꼼지 작가를 노컷뉴스 [만화인]이 만났다.

"홀앙이, 수달이 부부는 수랑이와 함께 성장 중"

▶연인에서 부부가 된 홀앙이와 수달의 이야기 '결혼생활 그림일기'를 완결 하자마자 '초등생활 그림일기'를 연재를 시작했다. 힘들지 않나?

= '결혼생활 그림일기' 완결 전에 차기작으로 미리 준비는 하고 있었다. 사실 스토리툰(극화)로 넘어가고 싶었는데 연재 심사에서 계속 낙방해서 틈틈이 준비했던 '초등생활 그림일기'를 냈는데, 바로 통과가 됐다. 극화로 기획했던 좀비 이야기와 선녀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넘기고 내가 해왔던 일상툰을 좀 더 하게 될 것 같다.

▶홀앙이(호랑이)와 수달이처럼 동물 캐릭터로 풀어내는 연인과 부부관계, 육아 이야기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동물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 원래 동물 좋아한다. 학창시절 시각디자인 입시미술을 했을 때 다른 친구들은 기계나 물체를 그려냈는데, 나는 유독 동물을 그렸다. 동물이 마음에 친숙하고 많이 좋아하기도 한다. 집에서 햄스터와 강아지를 키운다. 더 키우고 싶은데 남편 반대로 이 정도까지만 키우기로 합의를 했다. (웃음) 워낙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인물 성격에 어울리면서 동글동글, 귀엽게 표현하려고 했다.    

은꼼지 작가의 '결혼생활 그림일기'. 네이버웹툰 갈무리


▶호랑이와 수달 캐릭터를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홀앙이' 캐릭터는 남편 얼굴을 보고 그렸는데 코가 호랑이 코를 닮아서 호랑이가 됐다. 나는 특별히 닮은 동물이 없는 것 같아서 고민했는데, 학창시절에 친구가 수달을 닮았다고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큰 의미는 없었지만 막상 만들고 보니 동물 캐릭터와 우리 부부 실제 성격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수랑이'는 외적으로는 아빠 '홀앙이'에 가깝게 그렸는데, 성격이 엄마 '수달이'를 닮았다.

▶작품 속에서 밭일도 하던데, 실제 농사도 짓나?

= 경기도 화성 OO리에 있는 작은 전원주택 단지에 산다. 이사한 지 1년 정도 됐다. 주변에 큰 공장이 있기는 한데 시골이어서 인적이 드물다. 동네 어르신들이 철만 되면 씨앗과 모종을 가져다 주신다. 동네 한 어르신께서 놀리는 밭이 있으니 뭐라도 키워보라고 조그만 땅을 내주셨다. 농사일에는 관심은 사실 없는데 어쩌다 보니 옥수수도 심고 고추 농사도 하고 있더라. 그런데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라서 제대로 수확이 안 됐다. 취미 삼아 해보는 건데, 관리할 것도 많고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매일 같이 어르신들 잔소리를 듣는다.      

▶작품에서 결혼한 부부나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표현해 공감 된다는 독자들이 많다. 실제 생활인가?

= 일상툰이 그렇다. 있는 그대로 그린다. 사람 사는 게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따로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용을 지어내기보다 소소한 이야기라도 에피소드를 담백하게 전달 하려고 한 것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우리 부부, 세 가족이 사는 실제 이야기를 좀 더 친숙한 캐릭터로 표현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결혼생활과 육아 이야기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수랑이'를 중심으로 '초등생활 그림일기' 연재를 시작했다. 갓 초등생을 키우는 엄마와 아빠의 고군분투가 많은 공감을 사고 있는데, 작가에겐 어떤 만화인가?

= 엄마로서 풀어내는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다. 육아로 내 삶이 일부 희생되는 것도 있지만 꼭 힘든 것이 아니라 너무 재밌고 즐거운 생활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원래는 이사를 해서 '전원생활 그림일기'를 할까 했는데, 아이의 순수하고 개구진 모습이 금방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순간 순간을 기록하듯 에피소드를 그리기로 했다. '수랑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좀 더 성숙해질 줄 알았는데 그냥 나이 한 살 더 먹은 유치원생 같다. 거기에서 오는 부모의 고충, 주변의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도 담아내려 했다.

▶동물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홀앙이(남편), 수랑이(아들), 농작물 중 뭐가 더 키우기 어렵나?

= 농작물 키우는 게 제일 힘들다. 아이나 남편은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않나. 농작물은 어느 날 갑자기 죽어 있다. (웃음) 나름 생명체와 상호작용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 데 식물은 잘 안 되더라. 어느 날 자라있던가 죽어있던가 그런다. 심으면 쑥쑥 자란다는 초당옥수수도 망했고, 한 개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은꼼지 작가의 '초등생활 그림일기'. 네이버웹툰 갈무리


▶세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짧게 지나간 캐릭터들도 많았던 것 같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

= '수랑이'가 아무래도 가장 애착이 가지만, '카페인' 캐릭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캐릭터다. '결혼생활 그림일기' 6화에 나온 '카페인'은 수달의 외형을 따서 귀는 커피콩처럼 생겼다. 나에게 내재되어 있는 커피 사랑에 대한 캐릭터인데,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 꼭 그리고 싶은 캐릭터 중 하나다.    

▶굿즈 이모티콘 출시도 하고 캐릭터 인형도 만들고 있는데, 캐릭터 사업을 준비 중인가?

= 이모티콘은 네이버웹툰 사업부에서 진행하는 것이라서 직접 관여하고 있지는 않다. 캐릭터 인형 굿즈가 나와줬으면 해서 내돈 내고 캐릭터 인형 샘플 만들고 KC 인증도 받고 생산 공장도 물색했다. 사실 제 웹툰을 좋아해주시는 팬들에게 소소하게 이벤트 하려고 만드는 건데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서 수익화는 당장은 힘들 것 같다. 캐릭터 사업은 장기적으로 염두는 해두고 있다.

▶꼭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배경으로 한 '전원생활'이나 전작인 '결혼생활 그림일기' 시즌2에 대한 일상툰 욕심도 있는데, 꾸준히 기획해두었던 스토리툰(극화)를 해보고 싶다. 세계에서 마늘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이 한국이다. 마늘을 둘러싼 한국의 좀비 이야기를 극화체로 그려보고자 하는데, 일단 '초등생활 그림일기' 연재를 하면서 틈틈히 스토리나 캐릭터 구상을 할 것 같다.

▶'수랑이'와 엄마 아빠와의 티키타카 '초등생활 그림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 시기적으로는 초등하교에 입학 한지 반년 지났다. 저학년 이야기까지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자기 자아가 확고해져서, 그 때는 새로운 작품을 그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는 아이를 관찰하듯 미취학 아동과 취학아동 그 어딘가 사이에 있는 아이의 어리숙함, 사랑스러움을 그리고자 한다. 그 순간이 끝나면 완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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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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