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연금개혁'? "안정 장치+차등 인상=더 내고 덜 받기"
자동 안정 장치 도입…"탈정치화"vs"결국 소득대체율 감소"
세대별 보험료 인상 차등화 "세대 갈등 유발한다" 지적도
尹 "국회도 논의구조 조속히 마련해 달라" 촉구
"노인은 가난하고 청년은 믿지 못하는 지금의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속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보장 등을 '연금개혁의 3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3대 원칙을 지키려는 방안으로 자동 안정 장치 도입, 세대 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 기초연금 인상 등을 내놨다.
윤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을 본 전문가들은 평가가 엇갈렸다.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개혁"이라는 긍정 평가도 나왔지만, "결국 내는 돈을 올리고 받는 돈을 줄이는 것"이라는 부정 평가도 있었다.
尹 "모수조정으로 안돼…'자동 안정 장치' 도입, 지속성 확보"
우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장기간 지속 가능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금 소진 연도를 8~9년 늘리는 모수조정만으로는 안 된다"며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조정과 함께 기금수익률을 높이고, 자동 안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9%,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40%인데, 이대로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에 소진된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국민연금 소진 시점은 5년 전 예상했던 2057년보다 2년 더 빨라졌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연금개혁 방안을 크게 두 가지로 추렸다. 1안은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도 50%까지 올리자는 내용이고, 2안은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는 것이다.
기금 소진 시점은 1안은 2062년으로 2055년보다 7년 미뤄지고, 2안은 2063년으로 8년 미뤄진다. 기금이 소진되면 보험료만으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대체로 보험료율이 20%대는 돼야 연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결국 윤 대통령은 기금 소진 시기를 7~8년 늦추는 모수조정이 아닌 '장기 지속성'을 담보하는 구조개혁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도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에 대해 불신을 갖는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자는 취지다. 또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딧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연금 탈정치화…의미 있다" vs "소득대체율 떨어뜨릴 것"
이는 스웨덴, 일본,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0%가 운용하고 있다. 1999년 가장 먼저 도입한 스웨덴은 기대여명이 늘어나면 연금 수령 시기가 늦춰진다. 독일은 연금 가입자 수가 감소하면 지급액도 자동으로 줄어든다.
자동 안정 장치 도입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은 의견이 나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명예연구위원은 "자동안정화장치는 기본적으로 연금에 대해 탈정치화시키는 것"이라며 "방향성만 제대로 잡아도 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후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려면 보험료율을 20%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며 "10년 동안 보험료율을 9%에서 15%까지 올린 뒤에 약 2%p 정도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효과가 있는 자동 안정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동 안정 장치를 도입하면 결국 소득대체율이 떨어질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남찬섭 교수는 "자동 안정 장치를 적용하면 정부가 기대 여명이 늘어났다거나,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다며 소득대체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물가는 점점 오르는데 실질 가치는 낮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대별 보험료 인상 차등화…"세대 간 형평도 걷어 찰 것"
다음으로 윤 대통령은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 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4%p를 인상할 경우, 중장년 세대는 4년에 걸쳐 매년 1%p씩 올리되, 청년 세대는 8년에 걸쳐 0.5%p씩 올리는 식이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반발을 잠재우겠다는 취지다.
다만 중장년 세대를 중심으로 '세대 갈등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 교수는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낮고 정규직이 높은 연령대가 30대다. 또 국민연금 가입 대상 중 50대가 비정규직이 가장 많다"며 "그럼 30대 정규직 자녀는 보험료를 천천히 올리고 그 자녀를 기른 50대 비정규직 부모는 보험료를 빨리 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과 자동 안정 장치가 결합하면 보험료는 올라가고 급여는 깎는 결과를 낳는다. 한마디로 더 내고 덜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도"라며 "세대 간 형평 운운하며 계층 간 형평을 걷어차고 세대 간 형평도 이루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미 중장년 세대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다'며 보험료 차등 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다.
윤 연구위원은 "예컨대 55세가 1999년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고 하면,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소득대체율 60%를 적용받고, 2008년에는 50%, 2009년에는 49.5%를 받는다"며 "본인들이 낸 것보다 연금을 많이 받아 가는 세대"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야 보험료를 청년 세대보다 조금 더 낸다고 '세대 갈라치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출생률이 낮고 고령화가 빠른 나라가 없다"며 "유례가 없는 특단의 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구체적 개혁안 발표…"국회도 논의구조 조속히 마련"
아울러 "현재 1인 가구 기준 월 71만 원의 생계급여를 받는 어르신들은 기초연금을 받게 되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깎이게 된다"며 "이런 어르신들의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해 감액하던 금액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바로 해결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 의지를 환영하며 조속히 실행하기를 촉구한다"고 반겼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연금개혁 3대 원칙'에 기초한 구체적 개혁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4일 브리핑을 열고 국민연금 개혁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은 법률 개정으로 완성되는 만큼, 국회도 논의구조를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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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roc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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