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량 통계 ‘허점’…양곡정책 ‘흔들’
통계청 자료 정확도 떨어져
선제적인 대책 추진에 ‘한계’
지역별 조사 필지 균형 필요
표본 확대·품종 변화 반영을
5만, 5만, 5만, 5만.
지난해산 쌀값을 지지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11월을 시작으로 네번째 시장격리 카드를 빼 들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최근 당정협의에서 5만t 추가 매입을 결정함에 따라 지난해산 격리물량은 총 20만t에 이르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5일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80㎏들이 한가마당 17만6628원으로, 평균 가격 20만2797원을 기록한 지난해 수확기(10∼12월) 이후 줄곧 하락세다. 농업계와 국회는 정부가 5만t씩 시차를 두고 격리에 임하는 소극적 대응으로 실기한 측면이 있다며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 제시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쌀을 매입·보관·방출하는 단계마다 적잖은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급 예측 근거를 가지고 시장격리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활용하는 수급 데이터 자체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쌀 생산량 조사의 정확도가 떨어져 양정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통계청은 9월에 쌀 생산량 조사를 시행, 10월께 ‘쌀 예상 생산량’을, 11월 중순에는 ‘쌀 생산량 확정치’를 발표한다. 재배면적 조사 표본을 기반으로 약 3000곳의 필지를 추출하고 필지당 2곳의 표본구역을 선정하는 식이다. 지난해 표본구역은 약 6300곳이었다.
현장에서는 이같은 쌀 생산량 조사와 실제 생산량 간 괴리가 크다고 지적한다. 전해일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부회장은 “현장에서는 (생산량) 예측 조사가 실제보다 적게 집계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전라권과 충북권은 재고량이 (정부 통계보다) 많이 남는 상황이 잦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역별 조사 필지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쌀 생산량 조사는 지역 생산량을 대표할 수 있도록 표본을 추출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은 과소·과대 대표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쌀 생산량 조사 진단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한곳의 조사 필지가 대표하는 재배면적은 경기 178.5㏊, 강원 91.4㏊, 충남 376.1㏊, 전북 350.9㏊ 등으로 간극이 컸다.
일반적으로 조사 필지가 대표하는 면적이 작을수록 추정 정확도는 높아진다. 2022년 기준 일본은 한 조사 필지 표본이 대표하는 면적이 125.1㏊지만, 한국은 227.4㏊에 달했다. 김상효 농경연 연구위원은 “표본 대표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는 조사 필지 지역 배분과 표본 확대를 고려할 수 있다”며 “다만 표본 확대는 인력·예산 증대가 필요해 먼저 지역별 조사 필지 배분을 우선 시행하고 향후 여건을 고려해 표본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배품종 변화를 반영해 설계를 정교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품종별 단수에 따라 쌀 생산량이 증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다수확 품종 재배가 예상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현장 의견을 고려하면 실제 재배되고 있는 품종에 대한 지역별 대규모 실태조사가 선행될 필요도 있다”고 했다.
현백률(현미를 백미로 환산한 비율)·감모율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자는 의견도 뒤따른다. 통계청은 현재 92.9%(9분도), 90.4%(12분도)의 현백률을 적용하고 있다. 농경연은 최근 도정 추세를 반영해 현백률을 88.0%로 적용하면 생산량이 약 20만t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감모율도 생산기술 발전을 고려해 2%로 가정하면 2021년의 경우 양정자료 분석보다 최대 41만t 더 많이 공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뿐 아니라 소비량 데이터의 정밀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로 남는다. 통계청은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을 56.4㎏으로 발표했는데, 업계와 관계부처 등은 실제 소비량이 이보다 적을 것으로 판단한다. 통계를 그대로 적용했다간 시장격리 등 주요 수급대책이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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